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나왔던 “방역에 실패하면 전 세계 주요국이 한국인 입국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결국 현실화하고 있다. 이스라엘, 바레인, 요르단이 한국인 입국을 금지했다. 미국, 대만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각각 1단계에서 2단계로 올렸다.

이 같은 ‘한국 포비아(공포증)’ 확산은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는 비판을 정부는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중국인, 또는 중국을 경유한 외국인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잇따랐는데도 정부는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를 철저히 차단한 나라들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명백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중국과 닿은 국경이 5000㎞에 달하는 몽골에서 지난 22일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게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적 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차단벽’을 쌓은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매일 100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해졌는데도 정부는 기존 입장을 끝내 고수할 태세다. 그제 열린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에서 정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를 최고 등급인 ‘심각’으로 높였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 강화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청와대는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와 역대 세 번째로 많은 76만여 명이 찬성한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에 대해 일절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며 국민청원제도를 도입하고, “2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한 청원에 대해서는 1개월 이내에 답변을 내놓겠다”는 약속까지 한 청와대 아닌가. 시한이 남아 있다지만, ‘입맛’에 맞는 청원에는 하루 만에 답변을 올려놨던 청와대다. ‘코로나 사태’는 화급한 이슈가 아니라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인은 지난 2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중국인들의 눈에 한국의 전염병 사태는 매우 심각하다. 한국의 행동이 느리다”는 글을 올렸다. 코로나19 발병국인 중국의 언론인에게까지 이런 훈수를 들어야 하는 현실을 정부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