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리 밖에서 나는 죽고 그대는 살아서 = 정창권 지음. 증조부터 김정희에 이르는 추사 집안 5대 가족 구성원의 한글 편지 45통과 추사가 쓴 한글 편지 40통을 통해 그 시대 역사를 복원해낸다.
현대어로 풀어쓴 한글 편지들을 연결해 한편의 역사 드라마를 보듯이 구성했고 추사 집안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추사 집안 여성의 역할과 의식, 남성의 집안일 참여 양상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해 이들 편지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명확히 밝혔다.
이 편지들을 보면 완고한 가부장제, 남존여비와 같은 조선 시대 사대부 가족에 관한 선입견은 올바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추사와 아버지 김노경은 배우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꼬박꼬박 극존칭을 사용했다.
추사를 비롯한 남성들이 가문 관리, 노비 관리, 제사나 혼인 같은 집안 행사 등 많은 집안일에 관여했음을 편지들은 보여준다.
'출가외인'이라는 말과는 달리 추사 집안 여성들은 친정에 자주 근친하러 갔고 친정어머니도 시집간 딸과 그 가족의 안녕을 한없이 걱정한 것도 알 수 있다.
소실(첩)도 집안일에 발언권이 있어 김노경의 소실 안동댁은 시어머니 해평윤씨와 편지 왕래를 하며 집안 살림이나 제사 등 집안일에 참석했고 추사도 서모 안동댁과 두 서누이를 깍듯이 대접했다.
여러 세대, 다양한 가족 구성원의 편지가 이렇게 많이 남아있는 것은 추사의 집안이 거의 유일해 역사적 자료로서 가치가 크다.
돌베개. 304쪽. 1만7천원.
▲ 권력의 자서전 = 김동욱 지음. 선한 의미든 악한 의미든 역사의 주역이던 열두 인물을 추적해 그들의 삶과 업적을 '열쇳말'로 집약해 소개한다.
알렉산더 대왕의 '솔선수범'과 공자의 '비전', 칭기즈칸의 '개방적 사고', 마키아벨리의 '학습' 등이다.
대립과 반목이 거센 시기 살라딘은 당시 무인들이 지니지 못한 남다른 도덕적 자질로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 무슬림의 술탄이 된다.
그는 공정하고 신용이 높아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고 평판이 좋았고 그 덕에 이슬람 세계의 재통합이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1815년 워털루에서 프랑스군의 에마뉘엘 드 그루시 원수는 '맹목'으로 나폴레옹의 명운이 걸린 전투의 패배를 불러왔다.
프랑스군과 영국군의 주력이 박빙의 접전을 벌이던 상황에서 전 병력 3분의 1을 거느리던 그루시가 가세했더라면 프랑스군이 결정적 승리를 거둘 수 있었지만 그는 "프로이센군을 추격하라"는 나폴레옹의 첫 명령에만 집착해 승리의 기회를 날려 버린 것이다.
30년 전쟁 때 신성로마제국 지휘관 발트슈타인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공포'다.
"모든 땅이 파괴되고 나서야 평화가 올 것"이라던 공언대로 그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대량 살상과 파괴를 서슴지 않았다.
아침에 너무 일찍 깨웠다는 이유로 하인을 찔러 죽이는 등 아랫사람에게도 잔혹하기 이를 데 없었다.
글항아리. 268쪽. 1만4천원.
▲ 철학자의 식탁 = 노르망 바야르종 지음, 양영란 옮김. '철학자들은 무엇을 먹을까', '먹는다는 것에 대해 그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는 독특한 주제를 10개 에피소드로 풀어간다.
첫 이야기는 고대 그리스의 향연, 즉 심포지엄에 참가한 역대 철학자들이 와인에 관해 토론을 나누는 가상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플라톤과 칸트, 페르시아 천문학자·시인 오마르 하이얌, 미국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런, 오스트리아 출신 한스 구텐바인이라는 허구의 와인 전문가 등이 와인에 관한 취향 판단의 객관화가 가능한지를 두고 구구한 의견을 내놓지만 구텐바인이 "일단 우리는 모두 자신의 감각을 통해 세상을 지각한다는 사실에만 동의하기로 하자"고 논쟁을 마무리 짓는다.
이후 "식탐은 죄"라고 말한 토마스 아퀴나스부터 모든 생명체에게 이로운 식생활을 고민한 피터 싱어, 먹는다는 것의 즐거움과 황홀함은 명백한 탐구의 대상이라고 말한 철학자 이브 미쇼에 이르기까지 먹음에 대한 철학자들의 사유가 펼쳐진다.
또 데이비드 흄이 즐겨 요리했다던 '여왕의 수프', 피터 싱어가 알려주는 채식 초심자를 위한 추천 메뉴, '월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먹은 건포도 빵 등 철학자들과 관련 있는 음식 레시피를 소개한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은퇴를 선언하고 마지막 전국투어 중인 가수 임재범에게 공로패를 수여됐다.문체부는 최 장관이 지난 17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데뷔 40주년 전국투어 '나는 임재범이다' 현장을 찾아 임재범에게 공로패를 전달했다고 18일 밝혔다.최 장관은 "독보적인 예술가 정신과 울림을 주는 목소리로 대중음악 발전에 헌신했다"며 "특히 수많은 명곡을 통해 국민의 삶에 깊은 위로를 전하고, 대중문화예술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지난 1986년 밴드 시나위 1집으로 데뷔한 임재범은 거친 목소리를 내세워 '너를 위해', '비상', '고해', '사랑보다 깊은 상처' 등 여러 히트곡을 냈다.지난해 11월 29일 데뷔 40주년 전국투어 콘서트를 시작한 임재범은 이달 4일 "이번 전국투어를 끝으로 무대를 떠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5월까지 수원, 일산, 광주 등지에서 마지막 전국투어를 이어갈 예정이다.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밀라노의 라 스칼라, 빈 슈타츠오퍼와 함께 세계 3대 오페라 극장으로 꼽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 Opera). 오페라 전문 성악가들에게 '메트'는 꿈의 무대로 통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극장이 유명해서가 아니다. 세계 정상급 가수들이 가장 치열하게 경쟁하는 캐스팅 시스템, 한 시즌 내내 쉼 없이 돌아가는 초대형 레퍼토리 극장 운영, 그리고 한 번의 무대가 곧바로 세계 시장으로 확산하는 미디어·비평 네트워크가 한데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메트 무대에 오른다는 것은 오페라 한 편을 넘어, 자신의 이름이 곧 출연한 배역에 대한 ‘국제적 표준’으로 검증되는 순간에 가깝다.더욱이, 세계 최고의 오페라 제작 시스템을 자랑하는 메트 무대에서 주역으로 노래한 한국 성악가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소프라노 홍혜경, 조수미, 신영옥, 박혜상, 박소영을 비롯해 테너 김재형, 김우경, 이용훈, 백석종과 바리톤 김기훈, 베이스 연광철 박종민 등 다양한 성부의 국가대표급 성악가들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무대 데뷔를 통해 존재감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단 한 성부, 메조소프라노만큼은 오랫동안 영광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압도적인 성량과 깊은 저음을 앞세운 외국 여성 저음 가수들 사이에서 한국 메조소프라노가 좀처럼 명함을 내밀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런데 마침내 그 벽이 무너졌다. 지난 9일 개막한 푸치니 오페라 <나비부인>에서 스즈키 역으로 무대에 오른 메조소프라노 김효나가 한국 메조소프라노 최초로 메트에 데뷔했다. 그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커튼콜이 끝나고서야 비로소 실감이 났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그날을 회상했다.
"가족의 개념을 재정의한다."뉴욕 타임스는 2024년 김하나·황선우 작가의 에세이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어요. 이 책은 결혼이나 혈연, 연인 사이로 묶이지 않은 두 여성의 동거와 우정을 유쾌하게 담아냈어요. 새로운 가족의 미래를 제시해 국내외에서 주목받았죠. 억대 선인세를 받고 미국과 영국 대형출판그룹에 판권이 수출됐고, 영미권에 오는 20일께 출간됩니다.가족의 형태는 계속해서 발명됩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해 자녀를 낳는다.' 이런 가족의 공식은 점차 희미해져가요. 그 변모의 역사는 책으로 기록돼왔습니다. 헨리 제임스가 1886년 출간한 장편소설 <보스턴 사람들>은 여성 참정권 운동이 한창이던 19세기 보스턴을 배경으로 가정 안팎의 격변하는 풍경을 그렸습니다. 이성 간 결혼을 거부하고 비혼 여성 두 명이 동거하는 것을 뜻하는 '보스턴 결혼(Boston marriage)'라는 말이 이 작품에서 유래했어요.사랑하려면 결혼하지 않는다<보스턴 사람들>은 삼각관계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구도가 조금 독특해요. 한 여자를 두고 남자와 여자가 경쟁해요. 부유한 여성 참정권 운동가 올리브 챈슬러, 그리고 그의 먼 친척으로 남부 출신 보수주의자인 변호사 바질 랜섬이 아름다운 연설가 버리나 태런트에게 각각 한눈에 반했거든요.올리브는 버리나야말로 자신이 꿈꿔온 "서로의 영혼을 하나로 결합할 수 있는 동성 친구"라 믿습니다. 매력적인 버리나가 나서면 여성 참정권 운동이 대중적 지지를 얻을 거란 계산도 있습니다. 올리브는 버리나가 최면치료사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사기꾼에 가까운 부모를 떠나 자신과 유럽을 여행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