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값하는 기능성 양말 만들어 소비자 지갑 열겠다"
“시장 가면 10장에 1만원 하는 게 요즘 양말 시세예요. 그 열 배쯤 하는 것에 지갑을 열게 하는 게 가장 힘들었죠.”

‘기능성 스포츠 양말 기업’ 컴포트 박종억 대표(44·사진)의 말이다. 컴포트는 일반 소비자에겐 생소한 이름. 하지만 스포츠 동호인들 사이에선 제법 알려진 전문 브랜드다. 최근 경기 성남 판교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환하게 웃었다.

기능성 양말은 축구와 농구, 마라톤 등 격한 운동 종목에서 부상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고안됐다. 모양과 사이즈, 가격대가 다양하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부위별 차별 압박’이다. 이 때문에 일반 양말과 달리 컴포트 제품은 몸에 접촉하는 부위별로 두께가 다르다.

제작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 일반 양말보다 적어도 열 배는 비싸다. ‘기본’급 제품이 장당 1만원이다. ‘종아리 타이즈’ 기능이 있는 고급 스타킹은 3만9000원이나 한다. 하지만 외국 브랜드에 비해 ‘가성비’가 좋아 해외시장에선 이미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 미국의 스탠스, 독일의 팔케 등이 컴포트와 경쟁 관계인 대표적 ‘공룡 기업’들이다. 박 대표는 “번거로운 테이핑을 하지 않고도 컴포트를 신으면 테이핑한 것 같은 효과를 본다”며 “‘물집 방지’ 관련 특허와 ‘테이핑’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컴포트를 세우기 전 SGI서울보증보험에서 일했다. 연봉이 괜찮았고 지위도 안정적이었다. 박 대표는 “오래 앉아 있는 체질이 아니었다”며 “어렵지 않게 퇴사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유학길에 올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에서 학위(MBA)를 마친 뒤 프랑스와 싱가포르로 건너가 경제개발정책학 석사과정(MPP)을 공부했다. 그렇게 ‘무작정 공부’에 빠져 7개국을 떠돌았다. 한국에 돌아와 다시 자리를 잡은 곳은 스포츠용품 전문업체인 ‘비바스포츠’. 주변의 만류가 거셌다. 박 대표는 직접 써본 기능성 양말에서 가능성을 봤다. 다시 퇴사를 결심하고 창업의 길로 뛰어들었다.

그는 “현재까진 옳은 선택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동호인들 사이에서 ‘비싼 만큼 효과가 있다’고 입소문을 타면서 매년 매출이 올라가고 있다. 회사 설립 첫해인 2016년 1000만원대에 그쳤던 매출은 2017년 1억8000만원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4억원을 넘어섰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의 첫 관문인 10억원을 이른 시일 내에 돌파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먼저 제안이 들어오면서 수출 길도 열리고 있다.

“10년 안엔 우리 생활에도 기능성 양말이 곳곳에 스며들 것이라고 확신해요. 좋은 가격에 좋은 제품을 내놓으면 좀 더 많은 사람이 알아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최선을 다해야죠.”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