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첫 방송된 JTBC 새 월화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원작 소설의 분위기를 그대로 화면에 담은 서정성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에게도 고즈넉한 북현리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대사들이 곳곳에서 감성을 자극했다.
여기에 목해원(박민영)과 임은섭(서강준)은 미묘하게 변화하는 남녀의 감정을 전했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설렘에 겨울의 끝자락에서 만난 서정 멜로의 시작이었다.
해원은 첼로 강사로 일하던 서울 생활에 지쳤다. 학생, 학부모, 학원 원장과의 마찰, 생각대로 되지 않는 하루하루가 몸과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래서 겨울마다 잠시 쉬러왔던 북현리로 아예 내려왔다. 이모 심명여(문정희)가 운영하는 펜션 호두하우스에 봄까지 머물러볼 계획이었다.
그동안 관리를 안했는지 호두하우스는 이곳저곳 손볼 곳이 많았고, 시내 철물점에 들러 전투적으로 수리에 나섰다. 날카로운 혜안을 가진 명여의 말마따나, 속에 난 불을 끄려고 이곳으로 도망 왔고, 회피할게 필요했던 해원이었다.
은섭이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내 창을 가리던 나뭇잎이 떨어져 건너편 당신의 창이 보인다는 것. 크리스마스가 오고 설날이 다가와서 당신이 이 마을로 며칠 돌아온다"는 은섭이었다.은섭이 기다리던 '당신'은 해원이었다.
은섭이 그렇게 기다린 해원이 올해도 어김없이 북현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은섭은 별다른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18살 그 시절, 먼발치에서 남몰래 해원을 지켜보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올 겨울은 달라질 것 같았다. "봄까지 있어 보려고"라는 해원의 말에 은섭의 가슴이 두근댔다.
해원의 기억에 고교 동창 은섭은 특별한 존재는 아니었다. 그가 고향에서 '굿나잇 책방'을 운영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상하게 올 겨울은 은섭이 다르게 다가왔다. "좀 변한 것 같아서, 뭐랄까 좀 다른 사람 같아서"란 느낌이었다.
그래서일까. 책방 이름이 왜 '굿나잇'인지도 궁금했다. "부디 잘 먹고 잘 잤으면 하는 마음에"란 답이 돌아왔고, 그제야 고교 시절 은섭이 노트에 쓴 글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잘 자는 건 좋으니까, 잘 일어나고 잘 먹고 잘 쉬고, 그리고 잘 자는 게 좋은 인생이니까, 그러니 모두 굿나잇." 스쳐지나갔던 그 글이 상처받은 해원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은섭은 사실 자신의 블로그에 해원을 '아이린'이란 이름으로 칭하며 고백하지 못한 마음을 적어왔다. 이전과는 다르게 해원과 대화할 기회가 많아졌지만, 자신도 알았다.
"아마 나는 아무 말도 못할 테지요. 아마 그녀가 내 눈 앞에 있어도 말할 수 없을 겁니다"라고 적으면서 해원의 상처와 시끄러운 속을 눈치 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따뜻한 커피를 건네는 것뿐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전하지도 못하며, 스스로를 "나는 위로하는 법을 모르는 멍청이니까"라고 자조했다.
이렇게 조금씩 서로에게 스며들던 해원과 은섭의 마음에는 작은 파동이 일었다. 해원이 10년 만에 참석한 동창회에서, 고교 시절 은섭이 자신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동창 이장우(이재욱)의 유치한 추궁에 은섭은 아무렇지 않게 고백했다. 그래서 해원은 궁금했고, 그날 밤 책방으로 찾아가 "나 뭐 좀 물어볼게 있어서 그러는데"라고 운을 뗐다.
은섭은 또 덤덤하게 "다 과거완료야. 완료된 감정이야"라고 속과 다른 답을 했다. 이후 은섭은 "망했습니다"라며 좌절했다.
은섭이 달리 보이기 시작한 해원, 그러나 오랫동안 품어왔던 마음을 또 숨기고야 만 은섭, 올 겨울엔 오랜 시간 눈에만 담아왔던 마음에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같은 변화가 일어날까.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매주 월, 화요일 밤 9시 30분 방송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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