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여행·항공사 주3일 근무…'메르스'보다 가혹한 구조조정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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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직격탄' 맞은 관광산업 '패닉'
중소여행사 30곳 폐업…대형사도 무급 휴직 등 '초긴축'
항공업계 임금 삭감·노선 감축, 해외선 한국行 속속 중단
대형 전시·국제회의 줄줄이 취소…업계 "특단 대책 시급"
중소여행사 30곳 폐업…대형사도 무급 휴직 등 '초긴축'
항공업계 임금 삭감·노선 감축, 해외선 한국行 속속 중단
대형 전시·국제회의 줄줄이 취소…업계 "특단 대책 시급"
![[뉴스의 맥] 여행·항공사 주3일 근무…'메르스'보다 가혹한 구조조정 직면](https://img.hankyung.com/photo/202002/07.21340772.1.jpg)
25일 서울 명동 거리엔 인적이 드물었다. 외국인 관광객은 찾아볼 수 없고, 마스크를 쓴 상인들만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린 탓도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포가 더 컸다. 60대 중반의 기념품 가게 주인은 “30년간 장사했는데 매출이 평소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메르스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여행사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으로 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코로나 사태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서는 “예약 취소업무를 처리하러 출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업계 사정이 나빠졌다.
![[뉴스의 맥] 여행·항공사 주3일 근무…'메르스'보다 가혹한 구조조정 직면](https://img.hankyung.com/photo/202002/AA.21865808.1.jpg)
국내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는 다음달부터 2개월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 3일 근무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2위 여행사 모두투어도 단축 근무에 이어 전 임직원 최대 2개월간 유급휴가를 준비하고 있다. 3위 노랑풍선은 이달 중순부터 전 직원이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고, 다음달부터는 2개월간 유급휴가에 들어간다.
항공업계도 코로나 사태로 승객이 급감하면서 노선 감축, 임금 삭감 등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로 자칫 회생 불가능한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부산은 임원 일괄사표에 모든 직원의 무급휴직 등 강도 높은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진에어와 제주항공은 무급휴직 대상과 기간을 늘리기로 했고, 이스타항공은 ‘주 3일(24시간)’ ‘주 4일(32시간)’ ‘주 5일 4시간(20시간)’ 근무 방안을 내놨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8개 항공사의 한·중 노선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생한 1월 초까지만 해도 주 546회 운항했지만, 2월 첫째 주엔 주 380회로 30%가량 줄고, 2월 셋째 주엔 주 126회로 77% 급감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동남아까지 미치면서 필리핀, 베트남 노선도 운항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들 무급 휴가
국제회의나 대규모 전시회, 포럼 등을 유치하는 마이스산업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초까지도 사람들로 크게 북적이던 대규모 전시회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한 대형 전시장은 이달로 예정됐던 큰 행사 11건이 취소·연기됐고 다음달에 잡힌 9건도 취소돼 개점휴업 상태를 맞았다. 지난해 문을 연 신설 전시장에서도 이달 전시회와 회의 34건 중 19건이 취소 또는 연기됐다. 경기도가 매년 개최하는 국제 보트쇼 역시 다음달 초에서 6월로 연기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나 2015년 메르스 때보다 더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사스가 기승을 부리던 2003년 상반기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16.7% 줄었다. 가장 심각했던 그해 5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39.4% 감소했다.
2015년 5월 메르스 환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방한 관광객은 6월 첫째 주에 전년 동기 대비 14.1% 줄었다. 공포가 극에 달한 넷째 주에는 59.8%까지 감소했다.
피해 규모 4조6000억원 넘을 듯
메르스로 인해 2015년 한국 관광산업 전체가 입은 피해는 최대 3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민간소비가 2015년 1분기 0.9%(전분기 대비) 증가에서 2분기엔 -0.3%로 추락했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분기 0.8%에서 2분기에 0.4%로 반토막이 났다. 정부는 당시 11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대응에 나섰지만 위축된 경제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2015년 메르스 수준으로 지속되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165만 명 줄어들고 관광수입은 4조6000억원 감소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사회 감염에 돌입한 우리나라가 타국에 의해 여행자제국으로 지정되면서 타격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지표 변화가 메르스 때를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경제지표 변화를 살펴봤더니 5년 전 메르스 사태 때보다 더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사스와 메르스 영향으로 국내 경제 성장률은 각각 연간 0.1%포인트, 0.3%포인트 하락했다.
1분기 경제 마이너스 성장 우려
세계 경제분석기관들은 한국 경제가 1분기 마이너스 성장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충격으로 한국의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성장률이 최소 0.8~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소비심리도 타격을 받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급락했다. 메르스 유행 때와 낙폭이 같다. 해당 조사가 확진자 급증 이전인 지난 10~17일 이뤄졌기 때문에 3월 소비심리지수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광업계에서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외에 선택지가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과연 여행사와 항공사 등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정부의 조속한 지원과 함께 감염병 사태가 하루빨리 잦아들기를 고대하고 있다.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