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 실험실, 하루 최대 160여개 검체 분석
"꽉 조인 마스크 탓에 숨쉬기가 힘들어요.

압력까지 낮아 히말라야 같은 고산지대 환경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 청사 지하의 가장 깊숙한 공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체 분석으로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생물안전 3등급 밀폐실험실이 자리한다.

확진 환자가 치료받는 음압격리병실이 -8 수준의 기압을 유지하는데 실험실은 -70까지 압력을 떨어뜨린다.

제아무리 일이 밀려들어도 연구원 한 사람당 실험실 내부에 1시간 이상 머물 수 없는 이유다.

광주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병원 입원 환자들 틈에서 나왔을 때 연구원은 하루 최대 160여개의 검체를 분석했다.
과장을 포함해 7명이던 바이러스 분석 인력은 부장이 총괄하는 4개 조 12명으로 재편됐다.

시 전역에서 보건소 구급차가 싣고 온 코로나19 검체는 중앙 현관을 거치지 않고 전용 통로를 따라 이곳 실험실로 모여든다.

충격 흡수 포장재와 플라스틱 통, 종이 상자까지 삼중으로 싸맨 검체 용기는 이중으로 출입문이 달린 분석실로 향하기 전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고자 세 차례 표면 소독을 거친다.

실험실 입구에서 장갑 낀 손으로 겉면을 꼼꼼하게 닦아낸 검체 용기는 분석실 내부와 연결된 자외선 살균 상자로 들어간다.

자외선 살균이 끝난 용기를 실험실 안쪽에서 연구원이 또 한 번 닦아내고 나서야 소독 절차가 끝난다.

소독이 끝났다고 해도 검체 분석은 곧바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점막 표면에서 채취한 검체를 용기에 저장한 상태에서 골고루 섞는 활성화 작업이 첫 단계다.

연구원 감염 사고를 막고자 유전자 정보만 남기고 바이러스를 죽이는 작업이 분석 준비의 마무리 절차다.

바이러스가 죽은 검체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장비에 넣으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평균 6시간의 기다림이 이어진다.

연구원이 받아든 검체에는 폐렴 소견을 받은 혈액투석 대기 환자 등 갖은 사연이 깃들어있다.

'양성이냐 음성이냐.'
당사자 만큼이나 분석에 매달리는 연구원의 속도 타들어 간다.
정재근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 감염병연구부장은 지난 25일 실험실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제가 초임 연구원이었던 시절에는 감염병이라야 식중독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지금은 바이러스 질환 양상이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며 "해외에서 창궐한 바이러스 질환이 언제든 우리나라에서도 발병할 수 있는 환경이라 항상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