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은 해외 발병 위험 주시…'마스크 써라' 한글 문구까지 등장
옌타이 입국자 전원 코로나19 검사…동북3성, 한국 입국자 2~3주 격리
인천-난징 항공편 발열자 발생해 격리된 한국 승객 60여명 달해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에서 한국인 입국자들이 연이어 강제 격리되는 등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한국발 역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가 강화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입국자 강제 격리가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한국이 중국인 입국 금지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나친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주중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웨이하이에 도착한 제주항공편 탑승객 147명이 전원 격리 조처됐는데 이 가운데 한국인은 6명이었다.
주중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중국인 승객 3명이 발열 증상을 보여 승객 전원을 호텔로 격리 조치했다"면서 "승객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민 6명에 대해서도 27일까지 검사를 진행한 뒤 이상이 없으면 28일 귀가 시켜 자가 격리할 수 있도록 중국 당국과 협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날 오후 한국에서 웨이하이에 도착한 항공편에서도 한국인 40여명 중 발열자가 있어 탑승객 모두 강제 격리돼 검사를 받을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전날에도 웨이하이 공항에 도착한 인천발 제주항공 승객 163명이 전원 격리 조처됐고, 이 가운데는 한국인 19명도 포함됐었다.
이들 승객은 전날 검역 절차를 마치고 지정된 웨이하이 시내 호텔에 14일간 격리됐다.
이들은 26일부터 27일까지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한국인 승객들은 코로나19 검사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3~4일 내 강제 격리에서 풀려날 것으로 전해졌다.
산둥성 지방 정부는 이틀 연속 강제 격리에 대해 이들 항공편에 발열 증세를 보인 승객이 있어 승객 전부를 보호하기 위해 취한 조치로 웨이하이시가 이런 사정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해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중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산둥성 정부가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우리 측은 산둥성 지방 정부에 유감을 표명하고 우리 국민의 조속한 귀가를 강력히 요청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도 베이징(北京), 경제 중심지인 상하이(上海)를 비롯해 한국인들과 조선족이 많은 중국 동북 3성마저 코로나19 역유입을 막기 위해 한국에서 오는 입국자들에 대한 검역·통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 전염병예방통제 영도소조는 전날 회의를 열고 외국 입국자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항 등 입국 관문을 엄격히 통제하기로 했다.
해외의 코로나19 발병 위험을 예의 주시해 입국 시 건강 검진을 철저히 하며 베이징 주재 외국인에 대해서도 방역 관리를 집중적으로 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을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이러한 입국 통제에 주로 해당하는 국가가 한국과 일본이라는 점에서 이들 국가에서 입국자는 2주간 의무적 자가 격리 등 철저한 관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베이징의 한일 최대 밀집 지역인 왕징(望京)은 아파트 관리위원회가 한국서 돌아온 교민들에 2주간 의무적 자가 격리를 요구하고 있다.
26일에는 왕징 내 일부 아파트 문 앞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십시오'라는 한글 문구가 갑자기 붙는 등 한국인들에 대한 경계심도 강화됐다.
상하이시의 경우 한국인이 많이 사는 홍차오(虹橋)진 당국은 26일부터 상하이를 떠났다가 다시 입국한 교민들에게 2주 격리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홍차오진의 당 서기는 전날 교민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이런 방침을 통보하면서 협조를 부탁했다.
홍차오진에는 2만8천명의 외국인이 거주 중이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인이다.
아울러 상하이시는 한국 등 해외에서 코로나19 확산 사례를 주목하면서 입국 외국인에 대한 검역도 강화해 해외 입국자 전원 체온 검사, 신상 정보 기입, 거주지 관리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이를 두고 상하이 교민 사회에서는 일부 산둥(山東)성 도시들 사례처럼 중국 내 주소가 없는 한국인들이 출장 등 목적으로 입국했을 때 지정 호텔에서 격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산둥성 옌타이(煙台)는 코로나19 확산 등이 심한 특정 지역에서 온 입국자들의 전용 통로를 만들어 건강 검진을 하기로 했다.
개별 이동이 아닌 단체로 목적지까지 이동시키며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핵산 검사를 하기로 했다.
동북 3성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린성 창춘(長春) 한인상회 손성국 부회장은 "23일까지는 한국에서 온 사람들에 대해 자가격리하도록 조치했다.
이후에는 공항에서 단체 버스를 통해 지정호텔이나 거주지 등으로 이동해 격리 관찰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병세가 심각한 헤이룽장성 하얼빈(哈爾濱)이나 한국에서 들어온 사람의 격리 기간은 일반적인 2주보다도 긴 3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창춘의 경우 일부에서는 이달 중순 한국에서 온 입국객에게 자가격리를 지시하면서 집 앞에 '봉인' 표시를 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린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중심도시인 옌지(延吉)에서는 한국발 항공편 승객은 전용 통로로 나오도록 해, 중국 국내 항공편 승객들과 물리적 거리를 확보하도록 한 바 있다.
투먼(圖們), 훈춘(琿春) 등 옌볜 내 다른 도시들도 옌지 등을 통해 들어온 외국 입국객에 대해 유사한 격리조치를 지시했고, 지린성 퉁화(通化)도 질병 상황이 심각한 외국에서 온 경우 격리 기간을 21일로 늘리도록 했다.
랴오닝성 선양(瀋陽)은 한국발 항공편을 대상으로 탑승객 전원을 단체로 지정의료기관으로 이송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있으며, 문제가 없을 경우 자택에서 2주간 격리하도록 하고 있다. 랴오닝성 다롄(大連)도 기내에서 체온 검사와 신분 확인을 거친 후 단체로 이동해 자가격리하는 상황이다.
다롄은 또 화물이나 입국객 수화물에 대한 소독도 강화하도록 했다.
선양과 다롄에 각각 7천~8천명의 교민이 거주하는 것을 비롯해 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에는 약 2만7천명의 한국인이 진출해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