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학계에선 최악의 경우 세계 성인의 70%가 코로나19에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CDC는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글로벌 감염 상황을 볼 때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될 개연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서도 “지금 당장 위험은 낮지만 지역사회 전파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이는 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계절성 질병일 수 있다”며 이 경우 봄이나 여름엔 진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에서 앞으로 더 많은 코로나19 발병 사례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미국은 당분간 중국에 대한 여행제한 조치(여행금지)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도 팬데믹 시간문제일뿐…연내 전세계 성인 70% 감염될 수도"
26일 CDC 집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7명이고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 확진자 중 40명은 일본 크루즈선에서, 3명은 발병지인 중국 우한에서 감염됐다. 다른 여행지나 환자로부터 감염된 확진자는 14명뿐이다.

그런데도 미국 보건당국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여기엔 중국발 입국금지로 감염원 유입 일부를 차단하긴 했지만 여전히 ‘구멍’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확진자가 53명에 불과한 것은 검사 횟수가 적기 때문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한국의 코로나19 검사 횟수가 3만5000건에 달하는 반면 미국은 일본 크루즈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데려온 미국인 환자를 제외하면 검사 횟수가 426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코로나19 검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호흡기 증세 환자가 최근 중국을 다녀왔거나 확진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경우에만 검사 대상이 된다고 WP는 덧붙였다. 예컨대 한국, 이탈리아 등 감염이 확산된 국가를 다녀온 미국인이 호흡기 증세로 입원해도 코로나19 검사 의무가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미국 전역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가 가능한 곳은 10여 개 지방(주·시) 보건당국에 불과하고 진단 결과가 나오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WP는 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는 코로나19와 관련해 25일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런든 브리드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아직 확진자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세계 상황이 변하고 있고 우리도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행병 전문가인 마크 립시치 하버드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매우 효과적이고 장기적인 통제 조치가 지속되지 않으면 세계 성인의 40~70%가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아이들이 걸릴 확률에 대해선 “불확실하다”고 했다. 립시치 교수는 전날 미 언론 애틀랜틱에 “1년 내 세계 인구의 40~70%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며 “(감염된) 많은 이가 가볍게 병을 앓거나 무증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일부를 이날 자신의 트윗을 통해 수정한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자회사인 무디스애널리틱스는 코로나19의 팬데믹 가능성을 종전 2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투자은행 JP모간은 전날 보고서에서 자체 역할모델을 근거로 한국의 코로나19 사태의 정점은 3월 20일이며 최대 감염자 수는 1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는 계속 확산하는 추세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26일 오후 4시 현재 코로나19 환자 발생국은 총 37개국이며 확진자는 8만919명, 사망자는 2757명이다. 전날보다 확진자는 3261명, 사망자는 94명 늘었다. 이 중 중국의 확진자는 7만8064명, 사망자는 2715명이다. 하루 전보다 확진자는 406명, 사망자는 52명 늘었다. 대부분 우한에서 증가한 것이며 후베이성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신규 확진자는 5명이라고 중국 보건당국은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개발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 국립면역감염병연구소는 25일 “코로나19 관련 임상시험이 6주 뒤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CNBC가 보도했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