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붙어있는데 확진자 0?…10여개국, 은폐 의혹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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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악화하는 가운데 중국 인근 국가임에도 아직 확진자가 하나도 나오지 않은 나라가 여럿 있어 주목된다. 북한 몽골 미얀마 라오스 등은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코로나19 공식 확진자 수가 '제로(0)'인 상태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인도네시아에서도 확진자가 없다.
이들 국가 정부 당국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초기부터 질병 확산에 잘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확진자가 있는데 숨기고 있거나 아니면 일부러 검사를 안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 국경 접한 14개국 중 8개국이 확진자 '0'?
27일 세계보건기구(WHO) 집계에 따르면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14개국 가운데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는 나라는 북한 몽골 미얀마 라오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부탄 등 8개다. 이들 국가의 보건 당국은 모두 지난달 30일 WHO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별 발병 현황 집계를 시작한 이후 계속 확진자 수를 '0'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가까이 있음에도 확진자가 전혀 없는 나라도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영토국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2억7000만 인구의 인도네시아에서도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아직 없다. 중국 남부 국경 지대와 100㎞가량만 떨어져 있어 사실상 중국과 국경이 붙어있다고 볼 수 있는 방글라데시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철저한 방역 등으로 질병 확산에 잘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중국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관리를 더 철저히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지난달 23일부터 일찌감치 외국과의 왕래를 전면 중단했다. 몽골 정부는 이달 초부터 중국 체류 경력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미얀마는 이달 1일부터 중국 관광객에 대한 입국 도착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19 환자 발생 후 운항이 중단된 홍콩 크루즈선 월드드림호의 자국민 선원 188명을 전원 무인도에 격리해 관찰한다는 극약처방까지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무(無)확진자' 보고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입장도 있다. 최근 한국 이탈리아 등에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들 국가에서 아직 확진자가 전혀 없다는 건 확률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19일까지 50명도 되지 않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일주일이 지난 현재 1200명을 넘어섰다. 이탈리아에서도 지난 21일까지 14명에 그쳤던 확진자 수가 불과 5일 뒤인 26일에는 374명으로 급증했다.
◆"방역 잘해서" vs "확진자 있는데 은폐"
이들 국가에서 확진자가 이미 많이 발생했는데 정부 당국이 숨기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19의 공식 확진자 수가 계속 '0'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외 언론들 사이에서는 이미 10명 이상이 북한에서 이 질병으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최근 경남 지역에서 확진 진단을 받은 사람이 얼마 전 미얀마를 다녀온 뒤 증세가 생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얀마에 질병이 창궐하고 있는데 미얀마 정부가 이를 숨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나라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많다. 26일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섬에 다녀간 중국인과 일본인이 각각 자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동안 발리섬에서 코로나19 감염 의심자로 격리됐던 사람은 28명이지만,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알자지라는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아직까지 확진자가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이 의심하고 있다"라는 보도를 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지난 11일 연구서를 내고 "인도네시아에서 확진자가 없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며, 숨겨진 확진자가 다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 우한 시민들이 지난해 여섯 번째로 가장 많이 찾은 해외 여행지였다. 우한 시민들의 1~5위 인기 여행국인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일본 홍콩은 현재 모두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버드대의 연구 결과 발표 뒤 인도네시아 보건 당국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발했다. 테라완 아구스 푸트란토 인도네시아 보건부 장관은 "하버드대의 연구 결과는 매우 모욕적이다"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직 단 한 건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은 것이 맞다"라고 일갈했다. 다만 그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는 "이는 모두 시민들이 열심히 기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다소 석연치 않은 해명만 내놨다.
이들 국가 보건 당국이 일부러 질병 검사를 안 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세계에서 확진자가 세 번째로 많은 일본의 누적 검사자 수가 아직 2000명도 되지 않는 사실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이들 국가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란 분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1명 발생한 필리핀에서 확진자가 아직 3명뿐인 것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현재 확진자가 가장 많은 중국과 한국의 현황을 토대로 계산해 봤을 때 코로나19의 치사율은 대략 2~3% 정도로 추산된다. 이에 따르면 필리핀에서는 이미 최소 30~50명가량의 확진자가 나왔어야 한다.
이들 국가가 코로나19 진단을 대규모로 진행할 역량을 갖추지 못해 확진자 숫자가 늘지 않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BBC는 "북한과 같이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는 검진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일 수 있다"라고 추정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이들 국가 정부 당국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초기부터 질병 확산에 잘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확진자가 있는데 숨기고 있거나 아니면 일부러 검사를 안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 국경 접한 14개국 중 8개국이 확진자 '0'?
27일 세계보건기구(WHO) 집계에 따르면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14개국 가운데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는 나라는 북한 몽골 미얀마 라오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부탄 등 8개다. 이들 국가의 보건 당국은 모두 지난달 30일 WHO가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국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별 발병 현황 집계를 시작한 이후 계속 확진자 수를 '0'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가까이 있음에도 확진자가 전혀 없는 나라도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영토국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은 2억7000만 인구의 인도네시아에서도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아직 없다. 중국 남부 국경 지대와 100㎞가량만 떨어져 있어 사실상 중국과 국경이 붙어있다고 볼 수 있는 방글라데시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철저한 방역 등으로 질병 확산에 잘 대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중국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관리를 더 철저히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지난달 23일부터 일찌감치 외국과의 왕래를 전면 중단했다. 몽골 정부는 이달 초부터 중국 체류 경력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했다. 미얀마는 이달 1일부터 중국 관광객에 대한 입국 도착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19 환자 발생 후 운항이 중단된 홍콩 크루즈선 월드드림호의 자국민 선원 188명을 전원 무인도에 격리해 관찰한다는 극약처방까지 꺼내 들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무(無)확진자' 보고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입장도 있다. 최근 한국 이탈리아 등에서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들 국가에서 아직 확진자가 전혀 없다는 건 확률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19일까지 50명도 되지 않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일주일이 지난 현재 1200명을 넘어섰다. 이탈리아에서도 지난 21일까지 14명에 그쳤던 확진자 수가 불과 5일 뒤인 26일에는 374명으로 급증했다.
◆"방역 잘해서" vs "확진자 있는데 은폐"
이들 국가에서 확진자가 이미 많이 발생했는데 정부 당국이 숨기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19의 공식 확진자 수가 계속 '0'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외 언론들 사이에서는 이미 10명 이상이 북한에서 이 질병으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최근 경남 지역에서 확진 진단을 받은 사람이 얼마 전 미얀마를 다녀온 뒤 증세가 생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얀마에 질병이 창궐하고 있는데 미얀마 정부가 이를 숨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는 나라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인도네시아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하는 목소리가 많다. 26일에는 인도네시아 발리섬에 다녀간 중국인과 일본인이 각각 자국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현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동안 발리섬에서 코로나19 감염 의심자로 격리됐던 사람은 28명이지만, 인도네시아 정부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알자지라는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아직까지 확진자가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전문가들이 의심하고 있다"라는 보도를 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지난 11일 연구서를 내고 "인도네시아에서 확진자가 없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며, 숨겨진 확진자가 다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인도네시아는 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 우한 시민들이 지난해 여섯 번째로 가장 많이 찾은 해외 여행지였다. 우한 시민들의 1~5위 인기 여행국인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일본 홍콩은 현재 모두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대를 기록하고 있다.
하버드대의 연구 결과 발표 뒤 인도네시아 보건 당국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발했다. 테라완 아구스 푸트란토 인도네시아 보건부 장관은 "하버드대의 연구 결과는 매우 모욕적이다"라며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직 단 한 건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은 것이 맞다"라고 일갈했다. 다만 그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는 "이는 모두 시민들이 열심히 기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다소 석연치 않은 해명만 내놨다.
이들 국가 보건 당국이 일부러 질병 검사를 안 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세계에서 확진자가 세 번째로 많은 일본의 누적 검사자 수가 아직 2000명도 되지 않는 사실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이들 국가도 비슷한 상황일 것이란 분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1명 발생한 필리핀에서 확진자가 아직 3명뿐인 것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현재 확진자가 가장 많은 중국과 한국의 현황을 토대로 계산해 봤을 때 코로나19의 치사율은 대략 2~3% 정도로 추산된다. 이에 따르면 필리핀에서는 이미 최소 30~50명가량의 확진자가 나왔어야 한다.
이들 국가가 코로나19 진단을 대규모로 진행할 역량을 갖추지 못해 확진자 숫자가 늘지 않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BBC는 "북한과 같이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는 검진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일 수 있다"라고 추정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