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최근 위축은 불안 심리 탓…금리조정보다 미시 정책이 효과적"
코로나19 충격 확대 양상에 시장에선 "금리인하 4월로 연기한 것" 분석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을 좀 더 지켜보자는 판단에서다.

금통위는 금리인하 카드 대신 코로나19 피해 기업 지원을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기존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5조원 증액하는 수준의 미시 대응책만 내놨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가 끝난 뒤 연 기자간담회에서 "오는 3월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에 이르고 진정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제해 경제 전망을 했는데, 이보다 장기화할지 좀 더 엄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금리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최근 국내 수요·생산 활동의 위축은 경제적 요인이라기보다는 감염에 따른 불안 심리 확산에 주로 기인하기 때문에 금리조정보다는 서비스업과 같은 취약 부문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미시 정책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또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히 높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주택 가격이 안정됐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아직은 금융 안정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선제적 금리 인하로 대응했기에 이날 결정에 앞서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실제로 금통위는 2003년 5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당시 기준금리인 콜금리 목표 수준을 4.25%에서 4.0%로 내렸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퍼지던 2015년 6월에는 시장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전격 인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현 경제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하고 '특단의 대책'을 주문한 뒤, 정부가 이례적으로 1분기 추가경정예산안(추경) 긴급 편성에 착수하면서 통화 당국도 금리인하 조치로 뒷받침할 것이라는 전망이 부상했지만 금통위는 신중론을 고수했다.

다만 조동철·신인석 위원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도 이번 동결 결정의 한 이유라는 해석도 있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작년 7·10월 두 차례 금리 인하가 시장에 원활히 파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당장 숫자로 계량하기는 어렵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의 어려움을 완화하거나 회복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이러한 해석을 경계했다.

시장에서는 오는 4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동결은 인하 시점이 4월로 연기되는 것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동결은 코로나19 악영향은 불확실하나 부동산 문제는 확실한 리스크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며 "2명의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왔고,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6%까지 떨어질 수 있는 등 경기 지표가 크게 부진할 것으로 보여 4월에는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메르스는 발병지가 중동이라 중동을 빼면 한국만 타격을 받았지만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사망자가 나오고 중국 경제와 접점이 많아졌기 때문에 수출둔화와 국내 생산·소비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우려가 있다"며 "경제 상황이 나빠지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 효과가 크지 않다고 하더라도 효과가 전혀 없진 않다"며 금리 인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도 "금리를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집값 상승 부작용이 아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저금리이며 대출 규제도 강력하기 때문에 금리가 더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릴 것 같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추이에 따라 또다시 동결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4월에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지만, 만일 코로나19가 3월 중 진정된다면 동결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주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여부는 코로나19 사태가 3월에 정점에 이른다는 전제대로 진행될지 그보다 장기화할지를 엄밀하게 살펴보면서 결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