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방에서 쌍화차를…'신조어' 넘치는 부동산 카톡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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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리즘
정부, 온라인 검열 나서자
이름 바꾸고 '은어'로 소통
정부, 온라인 검열 나서자
이름 바꾸고 '은어'로 소통
유통기한 지난 쌍화차, 외국인 몰리는 맛집….
부동산 투자자와 실수요자 사이에서 다양한 부동산 신조어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인터넷상의 집값담합 등 불법행위를 단속한다고 나서면서다. 부동산정보를 공유하던 카카오톡 채팅방들이 이름을 바꾸거나 아예 비공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통기한 지난 쌍화차’는 쌍용건설이 시공하는 쌍용플래티넘(쌍화차)의 분양권 전매제한(유통기한)이 풀린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달 24일부터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비등록 중개행위와 표시광고법 위반, 집값담합 등에 대한 점검을 시작하면서 생긴 은어다. 자이는 ‘지에스칼텍스’로, 래미안은 ‘에버랜드’로, 푸르지오는 ‘푸르뎅뎅’으로 통한다. 아파트는 ‘맛집’, 전매제한은 ‘유통기한’, 외지 투자자는 ‘외국인’, 상승은 ‘제철’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인천 부평 지에스칼텍스에 외국인이 몰리고 있다’는 말을 풀이하면 부평 자이에 외지인들이 많이 투자한다는 뜻이 된다.
국토교통부는 유튜브,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활동하는 ‘스타강사’의 무등록 부동산 중개, 탈세 등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을 시작했다. 업다운 계약, 청약통장 불법거래 등에 대한 점검 수위를 높이면서 개인들이 대화하는 SNS까지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온라인을 통한 집값담합 행위를 ‘검열’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톡에서 시장정보를 교류하던 지역 채팅방들은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단속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검색을 통해 대응반이 들어올 수 없도록 단체방 이름을 바꾸거나 아예 비공개 전환하는 곳도 있다. 용산구의 한 채팅방은 이름을 ‘이태원클라쓰’로, 강남구는 ‘강남구 교육정보 공유방’, 목동은 ‘소기르고 양치는 방’으로 변경했다.
유명 부동산 블로거들도 아예 블로그 운영을 중단하거나 성격을 바꿨다. 5만 명의 이웃을 보유한 부동산 전문가 A씨는 “지금 시국에 부동산 블로그를 유지한다는 게 참 어렵고 위험하다”며 “많은 분을 떠나보내야겠지만 일기장 성격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인기 블로거 B씨도 무료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던 밴드모임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지나친 통제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1800명 규모인 강남구 부동산방에 참여하는 정모씨는 “순수하게 부동산 정보나 뉴스를 공유하는 모임인데 카톡방까지 들여다보겠다고 하니 괜히 위축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운영진은 “특정 단지 입주민들이 모여 시세를 담합하는 건 문제가 있겠지만 국민의 소통창구를 무작위로 보겠다는 것은 사실상 사찰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부동산 투자자와 실수요자 사이에서 다양한 부동산 신조어가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인터넷상의 집값담합 등 불법행위를 단속한다고 나서면서다. 부동산정보를 공유하던 카카오톡 채팅방들이 이름을 바꾸거나 아예 비공개 전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유통기한 지난 쌍화차’는 쌍용건설이 시공하는 쌍용플래티넘(쌍화차)의 분양권 전매제한(유통기한)이 풀린다는 뜻이다. 정부가 지난달 24일부터 유튜브 등 온라인 공간에서의 비등록 중개행위와 표시광고법 위반, 집값담합 등에 대한 점검을 시작하면서 생긴 은어다. 자이는 ‘지에스칼텍스’로, 래미안은 ‘에버랜드’로, 푸르지오는 ‘푸르뎅뎅’으로 통한다. 아파트는 ‘맛집’, 전매제한은 ‘유통기한’, 외지 투자자는 ‘외국인’, 상승은 ‘제철’ 등으로 부르고 있다. ‘인천 부평 지에스칼텍스에 외국인이 몰리고 있다’는 말을 풀이하면 부평 자이에 외지인들이 많이 투자한다는 뜻이 된다.
국토교통부는 유튜브,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활동하는 ‘스타강사’의 무등록 부동산 중개, 탈세 등 불법 행위에 대한 단속을 시작했다. 업다운 계약, 청약통장 불법거래 등에 대한 점검 수위를 높이면서 개인들이 대화하는 SNS까지 들여다보겠다고 나섰다. 온라인을 통한 집값담합 행위를 ‘검열’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톡에서 시장정보를 교류하던 지역 채팅방들은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단속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검색을 통해 대응반이 들어올 수 없도록 단체방 이름을 바꾸거나 아예 비공개 전환하는 곳도 있다. 용산구의 한 채팅방은 이름을 ‘이태원클라쓰’로, 강남구는 ‘강남구 교육정보 공유방’, 목동은 ‘소기르고 양치는 방’으로 변경했다.
유명 부동산 블로거들도 아예 블로그 운영을 중단하거나 성격을 바꿨다. 5만 명의 이웃을 보유한 부동산 전문가 A씨는 “지금 시국에 부동산 블로그를 유지한다는 게 참 어렵고 위험하다”며 “많은 분을 떠나보내야겠지만 일기장 성격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공지했다. 인기 블로거 B씨도 무료로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던 밴드모임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지나친 통제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1800명 규모인 강남구 부동산방에 참여하는 정모씨는 “순수하게 부동산 정보나 뉴스를 공유하는 모임인데 카톡방까지 들여다보겠다고 하니 괜히 위축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운영진은 “특정 단지 입주민들이 모여 시세를 담합하는 건 문제가 있겠지만 국민의 소통창구를 무작위로 보겠다는 것은 사실상 사찰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