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국내 경제의 가장 큰 애로 요인으로 꼽았다. 또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과거 감염병보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며, 충격이 집중될 1분기 국내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여파가 당장 실물경제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소비 및 음식·도소매 등 서비스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월 기준금리를 현행 1.25%에서 '동결'(조동철·신인석 인하 주장)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0.2%포인트 낮췄다.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4%,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올해 1.0%, 내년 1.3%를 제시했다.

이 총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냈다"며 "사태가 3월 중 정점을 찍고 이후 진정될 것이라는 시나리오 하에서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시나리오대로 전개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현 경제 위축은 감염 우려에 따른 불안심리 확산에 기인한 것이므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제가 어렵지만 이미 지난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한 만큼 경제를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통위는 금리인하 대신 취약계층에 도움을 주는 '금융중개지원대출'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은 한은이 은행 등 금융기관에 중소기업 대출을 위해 저금리(연 0.5~0.75%)로 자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금통위는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기존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5조원 늘리기로 했다.

이 총재는 "현 상황에선 금리 인하보다 금융중개지원대출을 통한 미시적인 접근이 더 효과적"이라며 "정부가 재정지원 정책을 강화하는 데 대해 한은도 인식을 공유하고 이같은 지원책을 내놨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를 이끄는 반도체 경기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서 반도체 경기의 회복 시기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더 심화되고 장기화된다면 생산 차질 등이 생겨 반도체 경기 회복이 더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여파로 기자간담회는 사상 처음으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자단 참석 없이 유튜브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한 것이다. 그동안 이 총재 주재의 통화정책 간담회에는 2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채선희 /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