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털리턴(TR)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2년 반 만에 7배로 커졌다. 배당금을 자동으로 재투자해주고, 세금을 이연하는 효과까지 있어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한국 주식을 팔아대는 외국인들도 이 상품은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빠르게 커지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잇따라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외국인, 올 들어 2조원 넘게 매수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26일까지 외국인 상위 투자 종목 10개 중 4개가 TR ETF인 것으로 나타났다. TR ETF는 지수에서 나오는 배당을 분배금으로 나눠주지 않고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방식의 상품이다.

KODEX200 TR ETF(9248억원), TIGER200 TR ETF(6021억원), KODEX MSCI 한국 TR ETF(3194억원), TIGER MSCI 한국 TR ETF(3119억원) 등 4개 ETF 매수 금액은 2조1582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TIGER200 ETF(8808억원), KODEX200 ETF(6747억원) 등 일반 ETF는 순매도했다. 김남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장기적으로 시장이 오르면 TR ETF의 수익률이 일반 ETF보다 높다”며 “연초 코스피에 대한 기대와 최근 조정에 따른 저가 매수 수요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TR ETF는 투자가 편리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반 ETF는 1, 4, 7, 10월에 지수가 담고 있는 종목에서 나온 배당을 분배금으로 지급한다. 반면 TR ETF는 배당을 바로 재투자한다. 김승욱 삼성자산운용 ETF운용 본부장은 “외국인 투자자로선 이미 한국 ETF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분배금을 받아 다시 ETF를 사기보다는 자동으로 재투자되는 것이 편리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분배금에 부과되는 세금을 미래로 미루는 효과도 있다. 분배금을 받으면 국내 투자자는 배당소득세 15.4%를 내야 한다. 외국인은 이보다 세율이 조금 더 높다. 김남기 본부장은 “세금 부분도 재투자에 사용돼 장기투자에 따른 복리 효과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퇴직연금에 투자하는 개인들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정섭 KB자산운용 ETF전략팀장은 “퇴직연금 등 투자기간이 긴 고객은 일반 ETF보다 TR ETF가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시장 선점 위한 경쟁도 치열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17년 말 1조613억원이던 시장 규모는 7조2332억원(2월 25일 기준)으로 7배 가까이 성장했다. ETF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3.0%에서 15.1%로 급등했다.

시장 참여자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2017년 10월 삼성자산운용이 처음으로 TR ETF를 선보인 뒤 지난해에는 한화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이 새롭게 진입해 총 8개 회사가 경쟁하고 있다. 같은 기간 상품 수도 2개에서 17개로 늘었다.

신상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KBSTAR 대형고배당10TR’을 내놓은 KB자산운용은 올해 KOSPI200지수 관련 TR ETF를 선보일 계획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