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덕후' 김주먹
현빈·손예진 로맨스 잇는 오작교 역할 '톡톡'
신예 유수빈은 tvN '사랑의 불시착' 시작부터 촬영, 그리고 종영한 지금까지 모든 상황이 "신기하다"고 했다.
tvN 출범 이래 최고 시청률 21.7%(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남기고 떠난 '사랑의 불시착'에는 많은 캐릭터들이 나온다. 주인공 리정혁(현빈)과 윤세리(손예진)의 절절한 남북 로맨스가 극의 메인이었지만, 이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표치수(양경원), 박광범(이신영), 금은동(탕준상) 등 5중대 사람들도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특히 5중대 중급병사 김주먹은 한국 드라마로 섭렵한 다채로운 남한 지식으로 극 초반 리정혁의 연애 코치를 자처했던 인물. 유수빈은 뻔뻔하고 능청스러운 연기로 김주먹을 선보이며 '사랑의 불시착'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실제로 김주먹처럼 드라마를 모두 챙겨보진 못해요. 한 개의 작품을 여러 번씩 반복해서 보지도 않고요.(웃음) 그래도 '별에서 온 그대', '파리의 연인', '쩐의 전쟁' 등은 정말 재밌게 본 거 같아요. 특히 '별에서 온 그대'는 제가 7년 전에 군대 있을 때 꼭꼭 챙겨봤거든요. 실제로 본 작가님은 정말 좋으세요. 자존감을 높여주는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요."
'사라의 불시착'에는 많은 카메오가 등장했지만 대표적인 인물이 배우 김수현, 최지우였다. 유수빈은 이들 모두와 호흡을 맞춘 유일한 배우였다. 특히 최지우와는 SBS '천국의 계단'을 패러디하면서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권상우의 '소라게' 장면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최지우와의 만남을 언급하자 마자 유수빈은 "대박 사건"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그런 장면을 부여받았다는 것도 감사하고, 촬영을 한 것도 믿기지 않아요. 대본을 보고서 최지우 씨가 나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사실 이전에 임신하셨다는 기사를 봐서 혼자서 '못 나오시나' 생각했어요. 대본을 보고 '얘기가 잘 됐나 보다' 했죠." 극중 천연덕스럽게 웃기던 김주먹이었지만 실제로 마주한 유수빈은 수줍음과 웃음이 많은 배우였다. "친한 사람들과 놀 땐 까분다"면서도 "주먹이는 순수하고, 자기가 생각나는 대로 행동하지만, 저는 적당한 걸 좋아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넘치는 끼는 숨기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걸 좋아했어요. 가수, 탤런트 이런 꿈을 가졌고, 고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진로를 고민하면서 연기학원에 다니게 됐어요. 정말 재밌더라고요.연기로 표출하고 표현하고 만들어내는 것에 흥미를 느꼈어요. 그래서 대학도 연극영화과로 진학했고요."
시청자들은 김주먹으로 유수빈이란 배우의 존재를 알게 됐지만, 이미 독립영화계에서 유수빈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입소문이 난 인물이다. 현재 몸담고 있는 매니지먼트사도 영화 '반드시 잡는다' 김홍선 감독의 추천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특히 지난해에는 영화 '엑시트', '선물', '얼굴없는 보스', '시동'과 JTBC '리갈하이', MBC '특별근로감독관-조장풍', KBS 2TV 드라마스페셜 '렉카', '사랑의 불시착'까지 연이어 출연하며 쉴 틈 없이 활약했다.
"거의 1년 동안 오디션에 계속 떨어졌어요. 그래서 그런지 바쁜 게 너무 좋아요. 최근에 작품을 하면서 좋은 선배들을 많이 만났어요. 그분들에게 '욕심부리지 마라', '네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조언을 들었어요. 제 욕심이 과해서 잘하는 척 꾸역꾸역 포장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사랑의 불시착' 촬영할 때에도 계속 그 생각을 했어요."
유수빈이란 이름은 어머니가 직접 지어준 본명이다. 빼어날 수(秀), 빛날 빈(彬)을 썼다. "반짝반짝 빛나야 하는 배우 이름에 적격"이라고 말하자, "최근 김주먹으로 개명하란 얘길 많이 듣는다"면서 웃었다. 그러면서 "빛나는 배우 보다는 꾸준히 발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예전엔 막연하게 연기를 잘하고 싶다, 상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 같아요. 몇 살엔 조연상, 몇 살엔 주연상 이런 거요.(웃음) 그런데 그게 지금은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아요. 꾸준히 작품을 하면서 변화하는 제 모습을 보는 게 뿌듯하고 재밌고 기분이 좋아요. 이런 기분 좋은 일들이 제가 연기를 하면서 계속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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