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내놨다. 코로나19 확진 급증으로 그간의 긴급 지원을 넘어 민생 안정과 경제활력 보강에 초점을 두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또 사태 전개양상, 경기 흐름 등에 따라 추가 대응책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했던 ‘비상 상황을 타개할 전례 없는 정책적 상상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2월 소비자심리지수(CSI)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국내 체감경기는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세계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도 일제히 쏟아지고 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수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더해지면서 올해 0%대 성장률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식·채권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등 위험 회피 심리로 인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언제 어디서 또 다른 경제 뇌관이 터질지 조마조마한 상황이다.

정부가 모든 악영향이 한꺼번에 덮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면 기존의 틀을 과감히 탈피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대책은 이런 요구에 한참 못 미친다. 위기경보단계가 ‘심각’으로 격상됐지만 국민안전 대책은 예비비 신속 집행과 마스크 시장 안정으로 채워졌을 뿐이다. 확진자 급증에 따른 관리와 치료에 대한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가용자원 총동원과 효율적 조정이 절실한데도 이런 긴급조치는 보이지 않는다.

민생안정 대책은 졸속이거나 재탕에 가까운 ‘현금 살포’가 대부분이다. 총선용인지 민생 지원용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무엇보다 심각한 민생문제는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고용위기일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신청을 기다릴 필요 없이 중앙정부가 전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간주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업의 고용여력 확충은 지원금·장려금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고용을 어렵게 하는 최저임금·근로시간 규제 등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나와야 한다.

가장 기대를 걸었던 경제활력 대책도 실망스럽다. 조세감면만 해도 그렇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접대비 손금산입 한도 등을 뛰어넘는 법인세 납부 유예나 한시 감면 같은 과감한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신(新)산업 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 개혁도 기존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글로벌 밸류체인(GVC) 차질에 대응한 국내 기업의 유턴 지원책도 다를 게 없다. 혜택을 조금 더 준다고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기업의 유턴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만한 수도권 입지 규제 혁파 같은 혁신적 발상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불확실성으로 경제 하방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민생·경제대책을 다시 마련해서라도 ‘코로나 이후’까지 염두에 둔,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처방을 담아내야 한다. 필요한 법적 조치가 있다면 국회에 신속한 협력도 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