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임대료 인하 대상에 대기업들을 제외해 형평성 논란을 빚고 있다.

28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공항 내 입점 업체의 임대료를 인하기로 했다. 전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공기관 내 입점 업체에 대한 임대료 인하 방침을 밝힌데 따른 후속조치다.

하지만 이 방안에 대기업은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공항 내 면세점을 운영 중인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측이 중소·중견기업 면세점만 임대료를 낮춰주겠다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은 지난해 면세점 임대료 만으로 1조76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가운데 대기업들이 낸 임대료는 전체의 91.5%인 9846억원에 달했다. 중소·중견기업의 면세점 임대료는 915억원에 불과했다. 대기업이 제외된다면 정부가 임대료 내리기 ‘생색’만 내고, 실제론 “받을 건 다 받는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운 것은 대기업도 마찬가지인데, 대기업만 제외한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롯데 신라 등 대기업들이 중심이 된 한국면세점협회는 이미 지난 11일 공항공사 측에 임대료 인하를 요구한 바 있다. 공항 이용객이 급감한 탓에 면세점들 매출이 절반 이상 감소하고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싱가포르 창이공항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임대료를 인하한 것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공항공사 측은 “임대료를 인하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면세점들 요구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코로나19 같은 대외 여건의 급격한 변화가 있을 때마다 이슈가 되곤 했다. 가장 최근에 논란이 된 것은 2017년 3월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상일 방어체계) 보복 때다. 당시에도 공항공사 측은 임대료 인하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고, 이에 반발한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에서 일부 매장을 철수시켜 큰 파장이 일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재 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현재 최소 보장액과 영업 요율 중 더 높은 것으로 정해지는데, 매출과 임대료를 아예 연동 시키는 방식으로 바꾼다면 논란이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