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 통보'에 기자회견 자청…"실행단계선 동의 기대"
"미국 수정안 의미 없는 수준"…한미, 협상재개 놓고 '기싸움'
정은보 "미국, 인건비 우선협의 제안 수용 기대…협상지연 유감"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는 28일 미국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지급 문제의 우선 해결을 제안했으며 미국이 이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 대사는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타결이 지연될 경우를 대비해 정부는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건비 지급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교환각서 체결을 미측에 이미 제안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환각서는 '지난해 수준에 준해 확보한 방위비분담금 예산 중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인건비를 우선 지원토록 하고, SMA가 최종 합의되면 여기에 포함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정 대사는 설명했다.

그는 "한미 간 총액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차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인건비 관련해서는 이견이 없는 만큼 미측도 이를 수용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사는 "정부는 무급 휴직이 없는 SMA 타결을 위해서 필요할 경우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두 번 추진할 준비도 되어 있다"고 말했다.

교환각서도 합의되면 따로 먼저 국회 비준 동의를 받겠다는 것이다.

앞서 주한미군은 이날 "SMA가 체결되지 않고, 협정의 공백 사태가 지속하고 있다"며 "한국인 근로자들에게 4월 1일부터 시행될 수 있는 무급휴직에 대해 30일 전 사전 통보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미는 올해 1월부터 적용돼야 할 10차 SMA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지난해 9월부터 진행하고 있지만, 총액 등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주한미군은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무급휴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한국인 임금을 볼모로 협상에서 양보를 끌어내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 협상에 정통한 고위당국자는 "미국도 무급휴직이 실행되는 단계로 가는 것이 불가피해진다면 (우선 협상 제안에) 동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도 자칫 대비태세에까지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무급휴직에 들어가기엔 상당한 부담이 있어 이를 철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주한미군은 자체 예산으로도 충분히 인건비를 사전 지급할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사는 "다만 한미 양측 모두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에 관련해서는 한미동맹 강화와 발전, 근로자의 생계 안정,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을 통한 연합방위태세 유지 등에 비추어 무급휴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은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와 가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정부가 SMA 타결을 위해서 노력 중인 가운데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아울러 협상대표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은보 대사는 협상 상황과 관련해선 "최종 합의에 이르기에는 입장차가 있다"면서 "정부는 미측이 현재 언급하고 있는 수정안이 의미 있는 수준의 제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최초 50억달러에 육박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제안했지만, 이후 한 차례 수정을 거쳐 현재는 40억 달러 안팎의 금액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실적이지 않은 금액이기는 마찬가지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는 또 "양측 간 협의를 위해 만나자는 우리 측의 거듭된 제안에도 차기 회의가 지연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한국이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6차 회의 때 건넨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혀 정부는 상당히 기대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이 당시 한국측 제안에 대해 구체적인 검토 결과를 내놓지 않은 채 막연하게 부족하다는 반응만 보이는 한편 한국이 부담을 대폭 늘린 수정안을 내놔야 7차 회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