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경쟁시장 넘어 대박 난 '마형사의 왕갈비통닭' 미투 브랜드가 없다니…이것은 '치킨집 판타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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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노믹스 - 영화로 읽는 경제학 원론
극한직업으로 본 자영업 과당경쟁
잠복근무 마약반 형사들이 차린
위장 치킨집의 놀라운 맛
차별화 전략으로 '독점 성공'
극한직업으로 본 자영업 과당경쟁
잠복근무 마약반 형사들이 차린
위장 치킨집의 놀라운 맛
차별화 전략으로 '독점 성공'
![완전경쟁시장 넘어 대박 난 '마형사의 왕갈비통닭' 미투 브랜드가 없다니…이것은 '치킨집 판타지'인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002/AA.21897216.1.jpg)
완전경쟁시장과 독점적 경쟁시장
![완전경쟁시장 넘어 대박 난 '마형사의 왕갈비통닭' 미투 브랜드가 없다니…이것은 '치킨집 판타지'인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002/01.21901114.1.jpg)
![완전경쟁시장 넘어 대박 난 '마형사의 왕갈비통닭' 미투 브랜드가 없다니…이것은 '치킨집 판타지'인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002/AA.21899787.1.jpg)
물론 이는 경제학에서의 구분일 뿐 현실에서는 칼로 베듯 나뉘지 않는다. 고시히카리 쌀, 무항생제 우유같이 어느 상품이든 차별화는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만드는 상품의 차별화 정도에 따라 기업은 완전경쟁시장과 독점적 경쟁시장 그 어느 중간에 위치하게 된다. 만약 고반장네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프라이드와 양념치킨만을 팔았다면 이들은 완전경쟁시장 가까운 곳에 속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유명한 왕갈비통닭집의 캐치프레이즈를 생각해보자.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이들은 완전히 새로운 차별화 상품을 선보였다. 독점적 경쟁에 뛰어들게 된 것이다.
독점적 경쟁시장의 가격 결정권
![완전경쟁시장 넘어 대박 난 '마형사의 왕갈비통닭' 미투 브랜드가 없다니…이것은 '치킨집 판타지'인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002/AA.21899786.1.jpg)
완전경쟁시장의 기업엔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완전 탄력적’인 수요그래프가 주어진다. 완전 탄력적 수요란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수요량이 전부 달아난다는 개념이다. [그래프1]의 A점에서 생산하던 기업이 가격을 P1로 올려버리면 이 그래프에선 수요가 0(B점)이 된다. 완전경쟁시장에선 대체재가 사방에 널려 있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다른 가게로 떠나기 때문에 수요가 완전탄력적이다. 따라서 완전경쟁시장에 놓인 기업엔 주어진 가격(P) 외에 선택지는 없다. 가격결정권이 없다는 얘기다.
![완전경쟁시장 넘어 대박 난 '마형사의 왕갈비통닭' 미투 브랜드가 없다니…이것은 '치킨집 판타지'인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002/AA.21899785.1.jpg)
영화에서 왕갈비통닭집도 독점적 경쟁시장 전형을 보여준다. 장사가 너무 잘돼 본업인 잠복수사를 못하게 될 지경에 이르게 된 고반장네는 치킨 한 마리의 가격을 3만6000원으로 올려버린다. 가격을 올려 손님을 내쫓으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손님은 줄지 않는다. ‘황제치킨’ ‘허세치킨’으로 별명이 붙으며 계속해서 잘 팔린다. 왕갈비통닭에 대한 수요 그래프는 매우 비탄력적이었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가격을 올리면서 고반장네는 더 큰 수입을 벌어들이게 된다.
왕갈비통닭, 실제 있었다면 흥행 지속됐을까?
![완전경쟁시장 넘어 대박 난 '마형사의 왕갈비통닭' 미투 브랜드가 없다니…이것은 '치킨집 판타지'인가](https://img.hankyung.com/photo/202002/AA.21899784.1.jpg)
한국 자영업엔 과당경쟁이 일상화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은 25.1%(2018년 기준)로 OECD 국가 중 여덟 번째로 높다. 미국(6.3%) 독일(9.9%) 일본(10.3%) 등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대박 아이템이 생기면 그 시장으로 뛰어들 대기 자영업자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만약 왕갈비통닭집이 실존했다면 한국의 자영업 특성상 유사 브랜드들의 치열한 시장 나눠먹기가 이뤄졌을 것이다. 실제로 ‘극한직업’ 영화 이후에 다수의 왕갈비통닭 치킨집이 생겼다.
자영업 문제의 핵심은 과당경쟁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라면 차별화여부와 무관하게 과당경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 폐업률(신규업체 수 대비 폐업업체 수)은 89.2%(2018년 기준)다. 2016년 77.7%, 2017년 87.9%에서 계속 증가 추세다. 정부는 다양한 자영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카드결제 수수료 부담을 낮춰주는 제로페이, 최저임금 상승분 일부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자금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런 식의 정부 대처는 증상만을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자영업 문제의 근본 원인은 과당경쟁 구조에 있다. 과당경쟁은 일자리 만성 부족에서 비롯된다. 경제를 활성화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일자리가 넘치도록 해야 너도나도 자영업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영화 후반부 마약조직의 수장 이무배(신하균 분)가 “치킨집 하면서 왜 목숨을 걸어?”라고 비아냥거리자 고반장은 울컥한다. 그러곤 “니가 소상공인 모르나 본데… 우리는 다 목숨 걸고 해!”라고 소리친다. 오늘도 고생하는 이 땅의 수백만 자영업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장면이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