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이어 하와이마저 못가나"
예약 취소 땐 위약금 물어야
피해보상 놓고 분쟁 12배↑
다음달 7일 미국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날 참이던 예비신랑 김모씨(34)는 걱정이 태산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이 한국에 대해 여행경보 단계를 계속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평생 딱 한 번’인 결혼식은 양가 부모 허락을 받아 강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혼여행을 취소하면 경비 수백만원을 날릴 수 있다는 게 고민이다. 그는 “값이 싼 ‘취소불가능 패키지’를 예약해 최소 200만원은 악소리도 못 내고 물어야 한다”며 우울해했다.
김씨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다음달 1일 몰디브로 신혼여행을 떠나려던 나모씨(31)는 몰디브가 3월 3일부터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기로 하면서 말 그대로 ‘패닉’에 빠졌다. 그는 “3일 입국 예정자부터는 여행사가 전액 보상을 해주지만 그 전 입국자는 보상 없이 일단 여행을 가야 한다고 들었다”며 “손해도 손해지만 갈 만한 청정지역이 모두 사라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3월 결혼 시즌을 앞둔 예비부부들의 수심이 커지고 있다. 결혼식장 예약부터 신혼여행까지 강행이냐, 연기냐, 취소냐를 놓고 기로에 선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중국과 동남아시아는 물론 그나마 청정지역으로 꼽혀온 몰디브, 하와이, 아프리카 등으로 확산한 탓이다. 지난 26일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가 한국인 신혼부부 15쌍을 격리했다 되돌려보낸 데 이어 하루 뒤인 27일에는 인도양 섬나라 몰디브가 한국인 입국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28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한국 출발 여행객에게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총 62곳으로 집계됐다.
포털 사이트 웨딩 커뮤니티에는 “결혼식과 신혼여행 미뤄야 할까요”라는 문의 글과 “보상받을 수 있느냐”는 등의 고민이 쏟아지고 있다. 여행금지 지역으로 공식 지정된 곳이 아니면 약관대로 최대 50%의 취소 위약금을 내야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대다수다. 허니문은 특별약관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현지 일부 호텔 리조트는 환불 자체가 아예 불가능하다는 게 예비부부들의 하소연이다.
위약금 갈등도 급증하고 있다. 이달 소비자원에 접수된 여행 취소 관련 위약금 피해구제만 12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배 폭증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해외 국가가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공식화하거나 여행사가 행사 진행을 못하면 취소 수수료가 면제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약관대로 위약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분쟁 해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