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개별 격리로 '슈퍼 코로나' 출현 막아야
바이러스와 인간의 싸움이 심상치 않다. 21세기가 시작된 이래 벌써 세 번째 싸움이다. 이번 상대는 중국발(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다. 28일 오전 6시 현재 지구상에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이미 8만 명(중국 7만863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2700명을 웃돈다.

우리나라는 대구·경북지역의 방역망이 무너지면서 확진자가 2000명을 넘었다.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에서 제일 많은 확진자가 나온 고위험 국가로 전락했다. 한국인 입국제한과 여행제한 등 소식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으로 들떴던 한국인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한국은 이미 지역사회 감염으로 전환돼 노인이나 다른 질환 보유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과학자들의 대응도 즉각 시작됐다. 서울대 의대 오명돈 교수팀과 마크로젠 연구진은 신속히 1번 환자의 바이러스 게놈(유전체)을 분석해 이를 논문으로 발표하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등록했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 텍사스대 J 맥릴런 교수팀은 표면항원인 스파이크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들 연구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이 밝혀졌다. 먼저 바이러스의 침입경로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같이 인간세포막에 있는 에이스2(ACE2) 단백질이 주요 경로다.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가 열쇠처럼 에이스2 단백질의 구멍에 끼어 들어가는 것이 첫 단계의 침입이다.

신종 코로나의 전파력이 강한 이유도 밝혀졌다. 스파이크에 당(糖)이 촘촘히 붙어 있어 한 번 수용체 단백질 구멍에 끼어 들어가면 슈퍼글루(초강력 접착제)로 작용해 10~20배의 결합강도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백신 개발에는 3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위험 요인은 치사율이 높은 ‘초강력 슈퍼 코로나’의 출현을 막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우한 지역에서 환자들을 한데 모아 격리한 것이 코로나 사망률을 더 높이고 있다고 한다. 우한 지역의 치사율은 4.1% 이고, 중국의 기타 지역에서는 0.17%다. 이 차이는 우한 지역 의료시설의 한계에 기인한 부분이 있으나, 환자들 사이에서 반복된 전파가 새로운 변이를 유발한 것이 더 큰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 경우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자연상태에서 감염된 고양이들은 사망률이 거의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집단으로 사육되는 고양이들에서는 치사율 100%의 초강력 슈퍼 코로나가 나타났다. 이것은 감염된 고양이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재감염되면서 엄청난 속도로 변이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일반인과 환자들과의 격리만을 우선시하고 치료 편의상 환자들을 모아서 관리(코호트 격리)하면 초강력 슈퍼 코로나가 출현할 수도 있다. 환자들도 한 사람씩 격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환자 개개인의 바이러스 서열분석으로 돌연변이를 계속 추적해야 한다.

위기에는 기회가 포함돼 있다. 바이러스 대전(大戰)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 한다. 지금 우리는 확진자 수가 늘고 있지만 최선을 다해 관리하고 있다고 본다. 어떤 경우라도 이번 사태는 앞으로 발생할 바이러스 대전에 귀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