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감염돼 28일 숨진 모하마드 알리 라마자니 다스타크 이란 의회 의원 겸 부의장
코로나19에 감염돼 28일 숨진 모하마드 알리 라마자니 다스타크 이란 의회 의원 겸 부의장
이란 국회의원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했다고 이란 반관영 파스통신이 보도했다. 이란에선 최근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면서 부통령과 국회의원, 시장 등 요직 인물 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이란 파스통신에 따르면 모하마드 알리 라마자니 다스타크 이란 의회 의원(사진)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

이날 알아라비야에 따르면 파스통신은 무하마드 미르 모함마디 국정조정위원회 위원도 코로나19에 감염돼 현재 의식 불명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란 국정조정위원회는 이란 최고지도자를 보좌하고 중장기 국가정책을 입안하는 주요 기관이다. 위원은 39명 뿐이다. 알아라비야는 "이란 국가안보정보부에서 요직을 역임한 무스타파 푸어모하마디 전(前) 법무장관도 코로나19에 걸렸다는 미확인 보도도 속출하고 있다"고 썼다.

이날 이란 보건부는 이란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593명으로 전날보다 205명이나 늘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는 43명으로 전일대비 9명 늘었다. 이란은 중국을 제외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지난 19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나온 이후 코로나19 확산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이란에선 정부 관료 등 요인들의 코로나19 확진·사망 사례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이란에서 정부 고위직 인물들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앞서 “이란은 코로나19에 감염된 정부 관리와 의원 등 공직자의 수가 가장 많은 나라”라고 지적했다. 지난 27일엔 마수메 에브테카르 이란 부통령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됐다. 에브테카르 부통령은 이란 정부 관료 여성 중 가장 지위가 높다. 이라즈 하리르치 이란 보건차관, 모하바 졸노르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장, 모테자 라흐만자데 테헤란 시장 등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란 주바티칸 대사를 역임했던 유력 성직자 하디 호스로샤히는 코로나19로 숨졌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높은 치사율을 두고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을 보고 있다. 첫번째는 이란이 확진자 숫자를 줄여 발표하거나, 애초에 확진자 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예상이다. 의료 인프라가 미비해 위독한 환자에 대해서만 의료 지원과 검진 등이 몰리다 보니 사망자 위주로 통계가 잡힌다는 얘기다.

이란에서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사망률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은행 텔리머에 따르면 이란은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병상 수가 1.5개에 그친다. 인접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절반 수준이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영향으로 의약품을 수입할 수 없다는 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은 작년 9월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넣었다. 이로 인해 이란은 사실상 외국과 의료품 등 인도주의적 물품 거래도 할 수 없게 됐다. 기존 제재 조항상 보건용품과 의약품 등은 제재 예외 대상이긴 하지만, 물건을 수입할 때 대금 결제 핵심 역할을 이란 중앙은행이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지난 27일 미국 재무부는 이란이 이란 중앙은행을 통해 인도주의적 물품을 거래할 경우에 한해 일반면허면제를 발급했다.

* 다스타크 의원은 국회부의장이 아니라 국회의원으로 밝혀져 이를 수정합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