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 코로나19 감소 10일 전 이미 증상 발생 감소세로 전환
전문가 "신천지에 몰입해선 안돼…다른 지역사회 위험 있는지 살펴야"


지난 2월 4일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3천886명이 늘어 2만4천324명을 기록하면서 하루 증가 폭으론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당시 일부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제 코로나19 환자가 통제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자 아직도 신규환자가 하루 3천∼4천명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무슨 소리냐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후향적인 데이터로만 보자면 이 분석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중국의 환자 발생은 이날 이후부터 실제로 꺾이기 시작했다.

이런 분석이 나올 수 있었던 건 당시 확진자는 여전히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이보다 앞선 10여일 전부터 코로나19 유증상 의심환자 신규 발생 건수가 줄어드는 추세가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1일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미국의학협회지(JAMA) 최근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중국 내 코로나19 증상 발생자는 1월 25일에 피크를 찍은 이후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어 확진자 수가 정점을 찍은 2월 4일에는 3분 2 수준으로 떨어졌고, 2월 10일에는 10의 1 수준 이하에 그쳤다.
'신천지 피크' 후 증가세 꺾일까…"'의심환자' 감소가 선행조건"
국내 전문가들은 지금이 앞선 중국의 사례에 주목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고 지적한다.

방역당국은 신천지교회 신도 전수조사로 유증상자와 확진자를 가려내고 나면 현재의 코로나19 환자 급증 추세가 꺾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신천지 요인을 제외한 다른 지역사회에서 신규 유증상자 발생이 줄어드는 게 동시에 확인돼야만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즉, 며칠 뒤 신천지 신도에 대한 검사가 모두 이뤄지고 그 이후 확진자 증가 추세가 줄어든다고 해도 다른 지역사회의 유증상자 신규 발생이 줄어드는 게 확인되지 않으면 방역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가 신천지 관련 방역에만 너무 몰입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 운영센터장(서울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이제 신천지 신도 중 유증상자에 대한 검사가 마무리되고 있는 만큼 내주부터 확진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금은 진단 시점의 환자 추세뿐만 아니라 의심증상이 발현하는 단계에서도 이런 감소세를 뒷받침하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CDC처럼 국내에서도 증상 발현일 기준으로 그래프를 만들어 유증상자가 줄고 있는지, 다른 지역에서의 유행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온다.

윤영호 서울의대 교수는 "감염이 의심되는 유증상자들에 대한 검사 건수가 점차 줄어든다면 감염자 증가 가속도가 줄어들고, 확진자 수도 감소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 이후에도 산발적으로 지역별 확진자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초기 유증상자를 찾아내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