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유행성 독감처럼 인간과 공존할 가능성도"
WHO 조사팀 "코로나19 사람 간 전염, 주로 가족 구성원 간 발생"
하버드대 교수 "기온 올라가도 코로나19 사라지지 않을 수 있어"
봄이 와서 날씨가 따뜻해지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잠잠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마크 립시치 하버드대 전염병학 교수는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2003년 여름에 사라졌다는 것은 널리 퍼진 오해에 불과하다"며 "사스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매우 강력한 보건 노력 끝에 통제된 것이지 사라진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바이러스들은 날씨와 관계없이 사람에게 쉽게 전파되는 경향이 있다"며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절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맞지만, 코로나19가 동일한 성향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경고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해질 것이라고 보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기대와는 상반되는 것이다.

CDC 전문가들은 독감 등 다른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도 계절성을 띠며, 봄과 여름이 다가오면 코로나19 전파가 감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존스홉킨스 건강보장센터의 아메시 아달자 박사도 코로나19가 사스와는 다른 길을 걸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수십 개국으로 퍼진 코로나19는 이제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의 초기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 코로나19가 5번째 계절성 코로나바이러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인간에게 전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7가지가 있는데, 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은 전 세계로 확산한 후 강력한 보건 통제를 통해 사실상 근절됐다.

하지만 229E, NL63, OC43, HKU1 등 4가지 코로나바이러스는 계절성 바이러스로서 매년 유행을 되풀이하는데, 코로나19가 이러한 계절성 바이러스가 돼 인간과 공존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공중보건대학의 마이클 오스터홀름 교수는 "HKU-1 코로나바이러스의 경우 미국 중증 폐렴 발생 원인의 1∼2%를 차지하고 있다"며 "문제가 심각하지는 않지만, HKU-1은 전 세계에 남아서 전염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지역사회에서 전파되고 있다는 것은 이 전염병이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며 "코로나19 확산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우리는 속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16일부터 24일까지 중국 베이징, 광둥성, 쓰촨성, 우한 등을 방문했던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조사팀은 코로나19의 사람 간 전염이 주로 가족 구성원 간 발생한다고 밝혔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WHO 국제조사팀이 광둥성과 쓰촨성에서 발생한 1천308건의 코로나19 발병 사례를 연구한 결과 전체 발병 중 78∼85%가 가족 구성원 간 감염을 통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WHO 조사팀은 "사람 간 감염은 주로 비말(飛沫·침방울)이나 밀접한 접촉을 통해 이뤄지며, '에어로졸 감염'이나 '대변-구강 경로 전염'은 주요 감염 경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에어로졸 감염은 공기 중에 떠 있는 고체 입자 또는 액체 방울을 통해 감염되는 것을 말하며, 대변-구강 경로 전염은 환자의 대변에 있던 바이러스가 손이나 음식물 등을 거쳐 타인의 입속으로 들어가 전파되는 것을 일컫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