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이 주식 시장에서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종목만 공매도할 수 있는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주식 시장 폭락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라는 점이 당국의 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2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홍콩처럼 공매도 가능 종목을 일정 기준에 따라 지정하는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 제도에 대한 도입을 금융위원회에 제안했다. 공매도 폐지와 달리 지정제는 한국적 현실에서 추진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먼저 팔고,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 값에 다시 사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홍콩식 공매도 제도를 검토해볼 만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후 금감원은 해외 사례를 검토했고 시총 등 규모별로 공매도 가능종목을 지정하는 방안의 실효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을 내렸다. 중·소형주는 대형주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이 높고 공매도 제한으로 시장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상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이제 공은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금융위로 넘어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홍콩 외에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공매도 지정제가 없어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게 부담이다. 도입할 경우 해외 및 기관 투자자들의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공매도는 하락장에서 증시의 유동성을 높이고 적정 가치를 찾아주는 순기능도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국내 주식 시장에서 공매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달 27일 기준 주식대차잔액은 59조587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해 12월 말 47조4075억원에서 두 달 새 12조원 넘게 증가했다.

주식대차잔액은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고 남아 있는 상태의 주식평가액이다. 빌린(대차) 주식의 일부는 공매도에 활용된다. 때문에 주식대차잔액의 증가는 통상적으로 공매도 증가로 이어진다.

한민수/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