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은 대구 칠성야시장 상인들, 의료진에 '도시락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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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최악의 위기' 자영업자들이 함께 사는 법
'실시간 소독' SNS 공유…고객에 안부문자 보내기
"밥값 안받습니다" 대신 마스크 받아 기부
매출 뚝 떨어진 고깃집, 포장 택배 전문점 변신
'실시간 소독' SNS 공유…고객에 안부문자 보내기
"밥값 안받습니다" 대신 마스크 받아 기부
매출 뚝 떨어진 고깃집, 포장 택배 전문점 변신
‘대구 동성로 통신골목 쪽 후쿠오카호르몬(일본식 구이집)입니다. 미국산 냉장 소고기 재고가 약 250인분 남았다고 합니다. 60% 이상 할인된 금액에 바로 가져가서 구워 드실 수 있게 포장해 놓았습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1시. 51만여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페이스북 ‘대구맛집일보’ 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스테이크 250인분은 50분 만에 모두 팔렸다. 매장 판매가보다 60~70% 싸게, 원가 이하로 팔았지만 자칫 다 버려질 뻔하던 식재료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었다. 2월 21일 시작된 ‘대구 상인들의 재고 소진 돕기’ 캠페인에는 동네 카페와 과일가게 등 약 50곳이 참여해 ‘완판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전국 자영업자들에게 지난 2주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업 등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위기. 그 속에서도 코로나19가 몰고온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상인과 시민들의 노력이 빛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더 어려운 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남은 재료 판매 도와
대구는 외식 자영업자 비율이 인구의 30%를 넘는다. 서울을 제외하고 광역시 중 가장 높다. 코로나19 사태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맛집을 소개하던 ‘대구맛집일보’의 운영자 하병훈 씨는 외식 자영업자 돕기에 나섰다. 그는 “손님이 끊겨 남은 식재료를 소진할 수 있도록 시민들과 함께 식당들을 홍보해 도움을 주겠다”며 캠페인을 시작했다.
의료진을 위해 만든 100인분의 도시락 전달 방법을 몰라 50% 할인 판매하겠다는 덮밥 전문점, 펄펄 뛰던 싱싱한 광어가 점점 횟감으로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횟집, 싱싱한 귤 수백 박스가 버려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과일가게 등 손님이 끊긴 대구 번화가에 있는 상인들의 사연이 잇따라 대구맛집일보에 등장했다.
닭갈비 60인분, 육회 우둔살 45㎏, 통닭 45마리 등은 자영업자들의 글이 올라오자마자 1~2시간 만에 완판됐다. 한 식당 주인은 “남은 재고를 버리지 않고 필요한 분에게 판매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일부 가게 사장들은 “밥값 대신 마스크나 손소독제를 받아 수익을 전액 의료진 등을 위해 쓰겠다”고 나섰다. 이 캠페인에 감동한 일부 팔로어들은 운영자의 계좌로 대구 돕기에 써달라며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동안 찾아준 시민에게 보답”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달 21일부터 휴장 중인 대구 칠성야시장 상인들은 ‘도시락’을 준비했다. 지난달 29일 대구의료원 의료진에게 200인분의 도시락과 커피를 전달했다. 목숨 걸고 일하는 의료진의 도시락 반찬이 부실해 보인다며 만든 도시락에는 고추장불고기, 소고기장조림, 전복버터구이, 무침회와 채소류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2일에도 샌드위치와 음료수 200인분을 전달했다. 칠성야시장 상인 봉사단 관계자는 “우리도 너무나 힘들지만, 그동안 야시장을 찾아준 대구시민에게 보답하기 위해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임대료 인하 운동은 전국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대구 서문시장과 중구 서구 등 대구 일부 건물주가 상가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고 나섰고, 서울에서도 남대문시장 내 점포 33%가 임대료를 3개월간 20% 낮추기로 했다. 점포 4300곳이 자리한 동대문종합상가도 임대료와 관리비를 20% 인하한다. 카페 등에 종이컵 등을 납품하는 회사들도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납품가격을 15~20%가량 할인한다는 공지를 냈다.
단골의 소중함…새로운 시도
당연하게 여겼던 단골 손님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다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20~30대가 운영하는 카페와 식당 등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가게를 소독하는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기존 손님의 전화번호를 갖고 있는 미용실, 식당, 피부관리숍 등은 2~3일 간격으로 안부를 묻고 ‘방문해도 안전하다’는 안내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이참에 온라인으로 판매 채널을 다변화하는 곳도 늘었다. 불고기 등을 판매하는 우사미 인천 지점은 네이버 채널을 통해 ‘우사미몰’을 열어 보신소고기국밥과 생불고기 등을 판매하며 매출 일부를 보전하고 있다.
매출 반토막에도 “굶는 아이 없어야”
일부 외식업체 가맹점주는 요즘 같은 시기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명륜진사갈비 수원광교점 점주는 결식아동이 꿈나무카드, 컬러풀드림카드 등을 갖고 매장을 방문하면 식사 비용을 100% 부담하고 있다.이 점주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보다 매출은 크게 줄었지만, 개학도 연기되고 요즘 아동 급식소도 코로나19로 많이 축소됐다고 해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식재료 생산자와 업체들도 대구·경북 돕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멸치 생산·가공업체인 ‘바다담아 다정수산’과 제주돼지전문 유통회사인 ‘제주드림포크’는 대구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추천받아 식재료를 무료로 보내줬다.
김보라/오현우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지난달 27일 오후 1시. 51만여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페이스북 ‘대구맛집일보’ 페이지에 올라온 글이다. 스테이크 250인분은 50분 만에 모두 팔렸다. 매장 판매가보다 60~70% 싸게, 원가 이하로 팔았지만 자칫 다 버려질 뻔하던 식재료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었다. 2월 21일 시작된 ‘대구 상인들의 재고 소진 돕기’ 캠페인에는 동네 카페와 과일가게 등 약 50곳이 참여해 ‘완판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전국 자영업자들에게 지난 2주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업 등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위기. 그 속에서도 코로나19가 몰고온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상인과 시민들의 노력이 빛나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더 어려운 이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남은 재료 판매 도와
대구는 외식 자영업자 비율이 인구의 30%를 넘는다. 서울을 제외하고 광역시 중 가장 높다. 코로나19 사태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맛집을 소개하던 ‘대구맛집일보’의 운영자 하병훈 씨는 외식 자영업자 돕기에 나섰다. 그는 “손님이 끊겨 남은 식재료를 소진할 수 있도록 시민들과 함께 식당들을 홍보해 도움을 주겠다”며 캠페인을 시작했다.
의료진을 위해 만든 100인분의 도시락 전달 방법을 몰라 50% 할인 판매하겠다는 덮밥 전문점, 펄펄 뛰던 싱싱한 광어가 점점 횟감으로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횟집, 싱싱한 귤 수백 박스가 버려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과일가게 등 손님이 끊긴 대구 번화가에 있는 상인들의 사연이 잇따라 대구맛집일보에 등장했다.
닭갈비 60인분, 육회 우둔살 45㎏, 통닭 45마리 등은 자영업자들의 글이 올라오자마자 1~2시간 만에 완판됐다. 한 식당 주인은 “남은 재고를 버리지 않고 필요한 분에게 판매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일부 가게 사장들은 “밥값 대신 마스크나 손소독제를 받아 수익을 전액 의료진 등을 위해 쓰겠다”고 나섰다. 이 캠페인에 감동한 일부 팔로어들은 운영자의 계좌로 대구 돕기에 써달라며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그동안 찾아준 시민에게 보답”
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달 21일부터 휴장 중인 대구 칠성야시장 상인들은 ‘도시락’을 준비했다. 지난달 29일 대구의료원 의료진에게 200인분의 도시락과 커피를 전달했다. 목숨 걸고 일하는 의료진의 도시락 반찬이 부실해 보인다며 만든 도시락에는 고추장불고기, 소고기장조림, 전복버터구이, 무침회와 채소류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2일에도 샌드위치와 음료수 200인분을 전달했다. 칠성야시장 상인 봉사단 관계자는 “우리도 너무나 힘들지만, 그동안 야시장을 찾아준 대구시민에게 보답하기 위해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했다.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임대료 인하 운동은 전국 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대구 서문시장과 중구 서구 등 대구 일부 건물주가 상가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고 나섰고, 서울에서도 남대문시장 내 점포 33%가 임대료를 3개월간 20% 낮추기로 했다. 점포 4300곳이 자리한 동대문종합상가도 임대료와 관리비를 20% 인하한다. 카페 등에 종이컵 등을 납품하는 회사들도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납품가격을 15~20%가량 할인한다는 공지를 냈다.
단골의 소중함…새로운 시도
당연하게 여겼던 단골 손님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다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20~30대가 운영하는 카페와 식당 등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가게를 소독하는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기존 손님의 전화번호를 갖고 있는 미용실, 식당, 피부관리숍 등은 2~3일 간격으로 안부를 묻고 ‘방문해도 안전하다’는 안내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이참에 온라인으로 판매 채널을 다변화하는 곳도 늘었다. 불고기 등을 판매하는 우사미 인천 지점은 네이버 채널을 통해 ‘우사미몰’을 열어 보신소고기국밥과 생불고기 등을 판매하며 매출 일부를 보전하고 있다.
매출 반토막에도 “굶는 아이 없어야”
일부 외식업체 가맹점주는 요즘 같은 시기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다. 명륜진사갈비 수원광교점 점주는 결식아동이 꿈나무카드, 컬러풀드림카드 등을 갖고 매장을 방문하면 식사 비용을 100% 부담하고 있다.이 점주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보다 매출은 크게 줄었지만, 개학도 연기되고 요즘 아동 급식소도 코로나19로 많이 축소됐다고 해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식재료 생산자와 업체들도 대구·경북 돕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멸치 생산·가공업체인 ‘바다담아 다정수산’과 제주돼지전문 유통회사인 ‘제주드림포크’는 대구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을 추천받아 식재료를 무료로 보내줬다.
김보라/오현우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