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업계 최악의 '판매절벽'…국내 22%·해외 9%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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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악재' 만난 완성차 5社
2월 국내서 9만대도 못팔아
2월 국내서 9만대도 못팔아
국내 완성차 5사가 사상 최악의 ‘판매 절벽’에 직면했다. 경기 침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라는 대형 악재가 더해진 결과다. 자동차업계는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붕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사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8만1722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지난해 2월(10만4307대)보다 판매량이 21.7% 줄었다. 완성차업체의 국내 판매량(월간 기준)이 9만 대를 밑돈 건 2009년 1월(7만3537대) 후 처음이다. 지난달 완성차업체들의 해외 판매(수출+해외 생산)는 46만3089대로 전년 동월(56만7396대)보다 8.6% 줄었다.
국내 자동차업계 ‘맏형’인 현대자동차부터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3만9290대, 해외에서 23만5754대를 팔았다. 지난해 2월에 비해 각각 26.4%, 10.2% 감소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국내에서 2만8681대, 해외에서 15만9163대 파는 데 그쳤다. 작년 동월보다 각각 13.7%, 3.2%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내수 판매 실적은 어지간한 충격에는 흔들리지 않는다”며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이 급감한 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해외 판매 실적은 2011년 2월 이후 가장 좋지 않았다.코로나發 셧다운 후폭풍…현대·기아차, 12만대 생산 차질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중견 자동차 3사가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한국GM의 지난달 국내 판매량은 4978대로 2007년 11월(4537대) 이후 ‘최악’이었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로 ‘철수설’이 불거진 이후 국내 판매량이 반토막 났을 때보다 더 나쁜 성적이다. 해외 판매도 작년 동월보다 16.0% 줄었다.
르노삼성의 국내외 판매량은 반토막 났다. 지난해 2월 1만1721대에서 지난달 7057대로 떨어졌다. 쌍용차도 작년 2월에 비해 24.7% 줄어든 5100대를 파는 데 그쳤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경기 침체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덮치면서 판매량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설 연휴가 지난해엔 2월에, 올해엔 1월에 있었기 때문에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동월보다 15% 넘게 늘어나는 게 정상”이라며 “여러 악재를 감안하더라도 지난달 자동차 판매 성적은 너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판매 절벽’이 장기화할 조짐도 보인다. 정부가 승용차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오는 6월까지 5%에서 1.5%(교육세 및 부가가치세 포함 143만원 한도)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자동차 판매점 직원은 “지난달 하순부터 매장을 찾아와 문의하는 고객이 거의 끊기다시피했다”며 “이달 판매도 마음을 접었다”고 털어놨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위축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이달 중국 공장 생산량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여기에 공장 가동이 추가로 중단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와이어링 하니스(전선뭉치) 등 중국산 부품 공급이 아직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날 “코로나19 탓에 지난달 약 12만 대의 국내 생산 손실이 발생했다”며 “상반기 판매량 및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사태가 장기화하면 추가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공시했다.
‘연 400만 대 생산’은 지난해(395만 대)에 이어 2년 연속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 생태계가 유지되는 ‘마지노선’으로 연 400만 대 생산을 꼽는다. 완성차 업체들이 위기에 직면하면서 부품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부품업체 대표는 “이미 임원 임금은 삭감했고, 조만간 직원들의 임금을 깎거나 일부를 내보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5사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8만1722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지난해 2월(10만4307대)보다 판매량이 21.7% 줄었다. 완성차업체의 국내 판매량(월간 기준)이 9만 대를 밑돈 건 2009년 1월(7만3537대) 후 처음이다. 지난달 완성차업체들의 해외 판매(수출+해외 생산)는 46만3089대로 전년 동월(56만7396대)보다 8.6% 줄었다.
국내 자동차업계 ‘맏형’인 현대자동차부터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현대차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3만9290대, 해외에서 23만5754대를 팔았다. 지난해 2월에 비해 각각 26.4%, 10.2% 감소했다. 기아자동차는 지난달 국내에서 2만8681대, 해외에서 15만9163대 파는 데 그쳤다. 작년 동월보다 각각 13.7%, 3.2%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내수 판매 실적은 어지간한 충격에는 흔들리지 않는다”며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이 급감한 건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해외 판매 실적은 2011년 2월 이후 가장 좋지 않았다.코로나發 셧다운 후폭풍…현대·기아차, 12만대 생산 차질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중견 자동차 3사가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한국GM의 지난달 국내 판매량은 4978대로 2007년 11월(4537대) 이후 ‘최악’이었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로 ‘철수설’이 불거진 이후 국내 판매량이 반토막 났을 때보다 더 나쁜 성적이다. 해외 판매도 작년 동월보다 16.0% 줄었다.
르노삼성의 국내외 판매량은 반토막 났다. 지난해 2월 1만1721대에서 지난달 7057대로 떨어졌다. 쌍용차도 작년 2월에 비해 24.7% 줄어든 5100대를 파는 데 그쳤다.
자동차업계에서는 경기 침체 와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덮치면서 판매량이 급감한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설 연휴가 지난해엔 2월에, 올해엔 1월에 있었기 때문에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동월보다 15% 넘게 늘어나는 게 정상”이라며 “여러 악재를 감안하더라도 지난달 자동차 판매 성적은 너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판매 절벽’이 장기화할 조짐도 보인다. 정부가 승용차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오는 6월까지 5%에서 1.5%(교육세 및 부가가치세 포함 143만원 한도)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위축된 소비심리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자동차 판매점 직원은 “지난달 하순부터 매장을 찾아와 문의하는 고객이 거의 끊기다시피했다”며 “이달 판매도 마음을 접었다”고 털어놨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위축도 이어질 전망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이달 중국 공장 생산량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여기에 공장 가동이 추가로 중단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와이어링 하니스(전선뭉치) 등 중국산 부품 공급이 아직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날 “코로나19 탓에 지난달 약 12만 대의 국내 생산 손실이 발생했다”며 “상반기 판매량 및 수익성에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사태가 장기화하면 추가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공시했다.
‘연 400만 대 생산’은 지난해(395만 대)에 이어 2년 연속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국내 자동차 생태계가 유지되는 ‘마지노선’으로 연 400만 대 생산을 꼽는다. 완성차 업체들이 위기에 직면하면서 부품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부품업체 대표는 “이미 임원 임금은 삭감했고, 조만간 직원들의 임금을 깎거나 일부를 내보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