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위한 도전" 제주항공, 이스타 인수…코로나 위기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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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2위·국제선 3위 자리굳히기…장고끝 인수 불가피 판단
항공업계 '빅3' 재편 계기…유동성 위기 극복 등 과제
제주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생존 위기에 놓인 와중에도 이스타항공 인수를 진행하기로 한 것은 이번 사태가 위기이자 곧 기회라고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덩치를 더 키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빅3'를 굳히기 위해서는 이스타항공 인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향후 항공업계 판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날 당초 예정보다 150억원 줄어든 545억원에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했다.
작년 12월18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당시에는 매각 예정 금액이 695억원이라고 공시했지만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인수가액을 조정했다. 예정보다 실사 작업이 길어지고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두 차례 연기되며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우발 채무 등으로 인한 인수 무산설이 솔솔 제기되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현재의 코로나19 사태가 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양측은 논의 끝에 원래 매각 예정 금액인 695억원보다 150억원 낮춘 545억원에 주식매매계약을 최종 성사시켰다.
양사 모두 계약 자체를 아예 무산시키기보다는 인수액을 다소 낮추더라도 인수·합병(M&A)을 계획대로 추진해 규모의 경제 등을 실현하는 쪽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길이라는 데 공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편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이미 양사가 일부 항공편을 공동 운항하면서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번 인수로 이와 같은 노선 활용의 유연성 확보,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 절감 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작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업계 3위를 굳히기 위해 이스타항공의 인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수송객 점유율 기준으로 국내선의 경우 대한항공은 22.9%(진에어 포함 33.8%), 아시아나항공은 19.3%(에어부산·에어서울 포함 28.7%)다.
제주항공(14.8%)이 이스타항공(9.5%)을 인수하게 되면 국내선 점유율 20.7%로 아시아나항공을 넘어서게 된다.
국제선 점유율의 경우에도 제주항공(13.8%)과 이스타항공(5.0%)을 더하면 18.8%로, 대한항공 33.2%(진에어 포함 41.6%), 아시아나항공 22.8%(에어부산·에어서울 포함 31.5%)에 이어 3위 자리를 굳히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어 예비실사까지 한 데다 이스타항공까지 본실사에 나서며 이미 동종 업계 내 2곳의 내부 사정을 속속 들여다본 만큼 이번에 인수를 포기할 경우 업계 안팎에서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부담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다른 항공사가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SPA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업계는 물론 제주항공 내부에서도 이스타항공 인수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만큼 향후 유동성 위기 극복 등을 과제로 남기게 됐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고객 환불이 급증하고 매출이 급감하며 유동성 위기에 처한 상태다.
지난달에는 임직원의 급여를 40%만 지급했고, 일시적 유동성 악화로 항공유 대금 결제가 밀렸다가 정유사로부터 급유 중단 통보를 받아 서둘러 다른 정유사를 확보하는 일도 있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경영위기 극복과 고통 분담을 위해 임금의 25%를 자진 삭감하겠다고 먼저 사측에 제안하기도 했다.
이를 감안한 듯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이날 공시 후 임직원에게 보내는 사내 메일에서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을 경영진도 잘 알고 있지만, 공급과잉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국내 항공업계는 조만간 공급 재편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또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항공사간 인수 추진인 만큼 미지의 길이지만 당면한 항공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희망찬 미래를 위해 도전을 선택했다"며 직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번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선도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가 어렵다고 정부의 자금 지원 얘기가 나오는 와중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545억원이나 자금을 넣는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모두 이번 계약과는 별개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민간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자구 노력의 일환"이라며 "항공 산업은 코로나19 사태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관광, 호텔, 자영업 등과 따로 볼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산업으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금융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 LCC 6곳 사장단은 지난달 28일 공동 건의문을 내고 "지금 LCC는 작년 일본 불매 운동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정부에 무담보·장기 저리 등 조건을 대폭 완화한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항공업계 '빅3' 재편 계기…유동성 위기 극복 등 과제
제주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생존 위기에 놓인 와중에도 이스타항공 인수를 진행하기로 한 것은 이번 사태가 위기이자 곧 기회라고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덩치를 더 키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빅3'를 굳히기 위해서는 이스타항공 인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향후 항공업계 판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날 당초 예정보다 150억원 줄어든 545억원에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했다.
작년 12월18일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당시에는 매각 예정 금액이 695억원이라고 공시했지만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며 인수가액을 조정했다. 예정보다 실사 작업이 길어지고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두 차례 연기되며 일각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우발 채무 등으로 인한 인수 무산설이 솔솔 제기되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현재의 코로나19 사태가 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양측은 논의 끝에 원래 매각 예정 금액인 695억원보다 150억원 낮춘 545억원에 주식매매계약을 최종 성사시켰다.
양사 모두 계약 자체를 아예 무산시키기보다는 인수액을 다소 낮추더라도 인수·합병(M&A)을 계획대로 추진해 규모의 경제 등을 실현하는 쪽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길이라는 데 공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여객 수요가 급감하면서 항공편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이미 양사가 일부 항공편을 공동 운항하면서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도 했다.
이번 인수로 이와 같은 노선 활용의 유연성 확보,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 절감 등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작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업계 3위를 굳히기 위해 이스타항공의 인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수송객 점유율 기준으로 국내선의 경우 대한항공은 22.9%(진에어 포함 33.8%), 아시아나항공은 19.3%(에어부산·에어서울 포함 28.7%)다.
제주항공(14.8%)이 이스타항공(9.5%)을 인수하게 되면 국내선 점유율 20.7%로 아시아나항공을 넘어서게 된다.
국제선 점유율의 경우에도 제주항공(13.8%)과 이스타항공(5.0%)을 더하면 18.8%로, 대한항공 33.2%(진에어 포함 41.6%), 아시아나항공 22.8%(에어부산·에어서울 포함 31.5%)에 이어 3위 자리를 굳히게 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어 예비실사까지 한 데다 이스타항공까지 본실사에 나서며 이미 동종 업계 내 2곳의 내부 사정을 속속 들여다본 만큼 이번에 인수를 포기할 경우 업계 안팎에서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부담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다른 항공사가 매물로 나왔을 때 인수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SPA를 체결하는 과정에서 업계는 물론 제주항공 내부에서도 이스타항공 인수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던 만큼 향후 유동성 위기 극복 등을 과제로 남기게 됐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고객 환불이 급증하고 매출이 급감하며 유동성 위기에 처한 상태다.
지난달에는 임직원의 급여를 40%만 지급했고, 일시적 유동성 악화로 항공유 대금 결제가 밀렸다가 정유사로부터 급유 중단 통보를 받아 서둘러 다른 정유사를 확보하는 일도 있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는 경영위기 극복과 고통 분담을 위해 임금의 25%를 자진 삭감하겠다고 먼저 사측에 제안하기도 했다.
이를 감안한 듯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이날 공시 후 임직원에게 보내는 사내 메일에서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을 경영진도 잘 알고 있지만, 공급과잉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국내 항공업계는 조만간 공급 재편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또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의 항공사간 인수 추진인 만큼 미지의 길이지만 당면한 항공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더 희망찬 미래를 위해 도전을 선택했다"며 직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번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를 두고 업계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선도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업계가 어렵다고 정부의 자금 지원 얘기가 나오는 와중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에 545억원이나 자금을 넣는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모두 이번 계약과는 별개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민간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자구 노력의 일환"이라며 "항공 산업은 코로나19 사태로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관광, 호텔, 자영업 등과 따로 볼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산업으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금융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 LCC 6곳 사장단은 지난달 28일 공동 건의문을 내고 "지금 LCC는 작년 일본 불매 운동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절체절명의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정부에 무담보·장기 저리 등 조건을 대폭 완화한 긴급 경영안정자금 지원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