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연기 기간, 가족돌봄휴가 최대 사용일 10일 넘겨…긴급돌봄 호응 적어
주말 제외 15일 휴업에 '학습결손' 우려…"온라인 교육 활성화"
초유의 '전국적 장기 개학연기'…불가피하다지만 학부모 '난처'
정부가 2일 전국 학교 개학을 2주일 더 연기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고 이를 꺾는데 앞으로 2주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 개학을 23일로 재차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애초 개학일인 2일보다는 3주, 한 차례 연기한 개학일인 9일보다는 2주 개학이 늦춰지는 것이다.

'사상 초유의 전국단위 장기 개학연기'가 된 셈이다.

무엇보다 처음 개학 연기가 발표된 지난달 23일 이후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급증한 점이 추가 개학 연기가 단행된 이유로 꼽힌다.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지난달 23일 오전 9시 기준 556명에서 이날 0시 기준 4천212명으로 증가했다.

검사속도가 빨라 확진자가 급증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강한 대구는 이미 지난달 29일 개학을 이달 23일로 2주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경북도교육청 등 다른 교육청들도 교육부에 추가 개학연기를 요구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코로나19 증가세를 꺾는데 앞으로 2주가 중요하다"면서 "(증가세가 꺾이더라도) 학생들이 안전하게 공부할 환경인지 확인하는 데 일주일이 더 필요하다"고 추가 개학연기를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유 부총리는 "미성년자 확진자가 급증하는 추세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은 아이의 건강이 무엇보다 우선하는 만큼 추가 개학연기를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다만 아이 맡길 곳을 찾기 어려운 부모들은 난처해하고 있다.

특히 개학연기 기간이 직장인의 가족돌봄휴가 최대 사용일을 넘어서면서 '난처한 학부모'는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1월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사업장에 도입된 가족돌봄휴가는 1년에 1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9살과 4살 두 아들을 둔 대전의 직장인 A(45)씨는 "1년간 육아휴직 후 이날 복직하는 아내가 일단 닷새간 긴급돌봄휴가를 써서 급한 불은 껐지만, 추가 개학연기에는 아직 대비하지 못했다"면서 "본가와 처가가 모두 타지에 있고 처가는 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강한 경북이어서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부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씨와 같은 학부모를 위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긴급돌봄'이 운영되지만, 호응이 적다.

애초 상당수 학교가 인력과 급식 문제로 돌봄 운영 시간을 이보다 짧게 잡아 직장에 나가야 하는 학부모에게는 '그림의 떡'이 됐기 때문이다.

돌봄교실에서 코로나19를 옮을 수 있다는 걱정도 신청이 저조한 데 한몫했다.

실제 지난달 28일 정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6일까지 긴급돌봄을 이용하겠다고 신청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은 각각 전체의 11.6%와 1.8%에 그친다.

이에 교육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돌봄을 운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부는 가족돌봄휴가를 최대 15일로 확대하고 유급으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개학연기 기간이 길어지며 '학습결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진다.

두 차례 개학연기에 따른 학교의 휴업일은 주말을 빼고 총 15일이 됐다.

휴업으로 부족해진 수업 일은 일단 방학을 줄여 보충한다.

교육당국은 온라인 학습을 활성화해 학습결손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교육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운영하는 'e학습터'(cls.edunet.net)나 에듀넷(edunet.net) 등에서 교과별 학습자료를 내려받아 공부할 수 있다.

교육부는 EBS와 함께 '온라인 클래스'도 운영할 계획이다.

온라인 클래스를 이용하면 교사가 학생들의 진도를 확인하며 EBS의 2만8천여개 학습콘텐츠를 활용한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아울러 교육부는 이달 둘째 주까지 담임교사와 교과교사가 학생들에게 온라인으로 과제를 내주고 피드백해주는 '온라인 학습방'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사교육업체들도 무료강의 등으로 수험생을 지원한다.

이투스교육, 메가스터디교육, 대성마이맥 등은 오는 8일까지 전 강좌를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초유의 '전국적 장기 개학연기'…불가피하다지만 학부모 '난처'
앞으로 한 차례 더 개학이 미뤄지면 수업일수가 감축될 수 있다.

교육부는 앞서 각 학교에 개학연기에 따른 학사운영 방안을 내려보내 개학연기로 휴업일이 보름을 넘으면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수업일수(유치원 최소 180일·초중고 최소 190일)를 10% 범위에서 줄일 수 있게 허용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미리 연기해두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 진정될지 가늠하기 어려우니 학기 초 미리 늦춰놓는 것이 혼란을 줄일 길이라는 것이다.

감염병 때문에 수능이 미뤄진 적은 없다.

수능이 '긴급연기'된 경우는 포항에서 강진이 발생했던 2017년이 유일하다.

이외 2005년과 2010년 각각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문에 수능이 일주일 밀렸다.

당시에는 연초에 수능연기 계획을 발표한 터라 혼란이 없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아직 수능은 물론 6월과 9월 모의평가도 계획대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