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3월 2일 오전 5시

한진칼 주식 13.3%를 보유하고 있는 반도그룹의 추가 지분 확대 여력을 둘러싸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진칼 지분을 더 확보하려는 반도그룹·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3자 연합’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어서다.
[마켓인사이트] 한진칼 지분 늘리는 반도…"1兆 동원 여력" vs "추가투자는 부담"
금융투자(IB)업계에서는 반도그룹이 실질적인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어 이론적으로는 차입을 통해 최대 1조원까지 조달해 한진칼 지분을 추가 매입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신용등급 급락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 반도그룹이 이를 실행할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는 관측이 많다.

2일 종가 기준으로 반도그룹이 보유 중인 한진칼 주식 13.3%의 시가는 약 5300억원 규모다. 증권사들은 반도그룹이 차입을 통해 추가로 1조원 안팎의 자금을 구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비상장 지주회사인 반도홀딩스의 연결재무제표 부채비율이 2018년 기준 15%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부채비율을 100%만 높여도 1조원 수준의 자금을 어렵지 않게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반도그룹은 3자 연합의 한 축인 KCGI 보유 물량(지분율 17.3%)까지 인수해 단일 최대 주주로 등극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홀딩스의 연결 자기자본은 2015년 약 40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18년 1조5000억원 규모로 급성장했다. 2014년 이후 분양 호조로 대규모 현금을 벌어들인 결과란 설명이다. 반도그룹은 지금까지 여윳돈 약 2969억원을 투자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신용분석 전문가들은 차입을 통해 한진칼에 추가 투자를 하게 되면 재무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반도건설의 신용등급은 투자적격 10단계 가운데 여덟 번째에 해당하는 ‘BBB+’에 머물고 있다. 실질적인 무차입 경영에도 불구하고 주택사업의 변동성 탓에 우량 등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작년부터는 신규 분양 실적도 저하되고 있다. 반도건설의 작년 상반기 매출은 약 4100억원으로 전년 동기(7800억원)의 절반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1728억원에서 538억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최민수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반도건설이 확보한 토지와 주택 수급여건 등을 감안할 때 중기적으로 신규 분양 실적은 2014~2016년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규 분양 실적 저하는 미래 장부로 흘러들 현금의 감소를 의미한다. 한진칼 지분 매입을 주도해온 계열사 대호개발과 한영개발 등도 분양 수익 대부분을 한진칼 지분 매입에 소진했다.

한 증권사 신용분석 담당 연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반도그룹이 빚을 동원해 한진칼 지분을 늘리면 신용평가사들은 등급 강등을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 땅을 사고 사업을 벌여야 하는 건설사가 그룹 자기자본의 약 20% 자금을 지금처럼 한진칼 주식으로 묶어 놓는 상황이 장기간 계속되면 이 역시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