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역사회에서 확산되며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가게를 이용하지 못하는 '마스크 존(mask zone)'을 도입하는 가게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불가피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지만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라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3일 서울 시내 한 KB국민은행 지점에 '고객이 마스크 미착용시 업무처리가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노유정 기자.
3일 서울 시내 한 KB국민은행 지점에 '고객이 마스크 미착용시 업무처리가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노유정 기자.
3일 서울 시내의 한 KB국민은행 지점에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필수착용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안내문에는 "마스크 미착용시 업무처리가 불가함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인터넷에는 "농협과 우리은행 일부 지점에서도 마스크 없이 방문했다가 볼일을 보지 못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대구를 중심으로 확산돼 대구은행과 다른 시중은행 중 대구 지점들 위주로 '고객 마스크 미착용시 업무처리 불가' 조치를 시작했고, 다른 시중은행들과도 협의 중"이라며 "금융 노동자들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시민도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공공장소에서 조심해야 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가게들은 안전을 위해 손님들의 반발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가맹점주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서도 '마스크 미착용손님 출입금지'를 써붙였다는 점주들이 나오고 있다. 한 점주는 "마스크를 안 쓴 손님이 계산대에 와서 기침을 하길래 걱정이 돼 붙였다"며 "손님이 떨어질까 걱정되지만 예방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토로했다.

인터넷 맘카페에서는 최근 생필품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오프라인 마트 중 '마스크 존'을 도입하는 곳이 공유되고 있다. 학생들이 좁은 공간에 밀집된 노량진의 한 경찰공무원 준비 학원에서도 '마스크 미착용시 학원 출입 금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을 경우 즉시 귀가' 방침을 내걸었다.

그러나 많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충분히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가 농협 하나로마트와 우체국을 통해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지만 아직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이다. 지난 2일에는 하나로마트와 약국마다 긴 줄이 늘어서 마스크를 사지 못한 시민들이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약국에 줄을 서 있던 70대 이모씨는 "노인들은 인터넷을 사용할 줄 몰라 은행 지점과 마트에 직접 가야 하고, 마스크도 아침부터 나와서 사야 한다"며 "마스크를 구할 수도 없는데 마스크 없이 가게도 못 들어가게 하면 어쩌라는 말이냐"고 호소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