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매체, 최근 방역 중요성 재환기…"의심증상·폐사 즉각 신고해야"
北, 작년 돼지열병 1건만 보고했지만…국정원은 "평안북도 돼지 전멸"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1건만 발생했다고 밝힌 북한이 최근 들어 다시 돼지열병 등 가축질병 방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눈길을 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일 "축산에서는 방역이자 곧 생산이라는 것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며 축산 부문의 방역사업 강화를 거듭 주문했다.

특히 돼지열병 발생으로 수십만 마리가 매몰 처분된 해외 사례를 언급하며 "세계적으로 조류독감(조류인플루엔자·AI), 아프리카돼지열병과 같은 질병이 발생하고 그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수의방역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구체적으로 가축 예방접종과 전염병 검진, 사육장 소독과 함께 "의심스러운 개체는 제때 수의방역 기술지도서의 요구대로 처리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농장 등 축산기지에 대한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담당 기관에는 현대적 진단 설비와 검사 기구, 시약을 충분히 갖추라고 당부했다.

이날 기사는 원론적 '매뉴얼'을 강조한 것이지만, 최근 북한 매체들이 지속해서 가축질병 방역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과정에서 나와 주목된다.

신문은 지난달 23일에는 "돼지들 속에서 이상한 증상, 갑작스러운 죽음이 나타나는 경우 즉시 수의방역기관에 통보해야 한다"는 농업성 중앙수의방역소장의 지침을 소개했다.

또 도축하거나 판매하려는 돼지는 반드시 '수의학적 검사'를 받고, '수의 검사증'이 없는 경우 사들이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축산물의 도축·유통·판매 과정을 엄격히 관리 중인 셈이다.

여기에 지난달 28일에는 대외용 라디오인 평양방송을 통해 가금류와 돼지 검진을 실시 중이라고 밝혀 돼지열병 뿐 아니라 AI 방역에도 신경 쓰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 돼지열병 진행 중?…코로나19 대응 속 가축방역 촉각
돼지열병은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지만, 돼지에는 치사율 100%인 바이러스 출혈성 전염병이다.

멧돼지, 쥐, 들고양이 등 야생동물이나 곤충 등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돼지열병 발생을 공식 보고한 건 지난해 5월 말 자강도 우시군의 한 농장 사례 1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북한 매체들이 지난해 하반기 내내 돼지열병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미 바이러스가 확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 해 9월 국가정보원도 국회에 "북한 평안북도의 돼지가 전멸했다"며 돼지열병 확산 징후가 있다고 보고했다.

남측에서의 돼지열병 검출 소식을 제외하면 한동안 잠잠하던 북한이 최근 다시 잇달아 '예방 지침'을 내리는 것을 두고 여전히 발병이 진행 중이거나 재발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북한과 국경이 맞닿은 중국에서는 돼지열병 피해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 역시 접경지 야생멧돼지 개체에서 바이러스 검출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가운데 가축질병마저 확산할 경우 식량난 가중 등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