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발(發) 입국자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의료검사를 하기로 하면서 국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조만간 ‘한국인 입국 제한’ 등 더 강력한 조치를 전격 시행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 탓이다. 산업계에선 미국 출장길이 막히면 세탁기·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반도체, 스마트폰, 완성차, 전기차 배터리 등 국내 기업 주력 품목의 영업 및 마케팅, 고객 관리는 물론 현지 생산공장 관리 등 전 사업 분야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과 이탈리아가 미국행 직항 비행기를 타는 모든 승객에게 ‘자국 공항’에서 의료검사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나흘 전 대구 지역 여행 경보를 ‘재고’에서 ‘금지’로 올린 데 이어 한국에 대한 경계수위를 또 한 번 높인 것이다. 경제계에선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임직원의 미국 출장이 끊기면 사업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게 불 보듯 뻔해서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기업의 북미 지역 매출은 전체의 30%를 넘는다.

한국 본사 직원의 업무 지원 등을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것이 기업들의 큰 걱정거리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본사 개발 담당 직원들은 미국에서 인텔, 구글 등 고객사 관계자를 수시로 만나 제품 로드맵 등을 논의하고 불량 원인 등을 파악하고 있다. 출장이 금지되면 D램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 등에 고객사를 뺏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전, 스마트폰 업체들은 신제품 마케팅 경쟁력이 크게 약화할 것이라는 게 기업들의 예상이다.

현지 생산시설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와 세탁기 공장을 각각 텍사스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가동하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를, 현대·기아자동차는 완성차를 미국에서 생산 중이다.

황정수/박상용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