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면 12개 섬 주민 "이장 통해 공급해달라"

정부가 우체국에서 공적 마스크 판매에 나섰지만, 전남 여수지역 일부 섬 주민들은 우체국이 없어 마스크를 구매조차 할 수 없다.
"우체국도 없는데"…여수 섬주민 공적마스크 구입 '애로'
3일 여수시에 따르면 화정면 관내 12개 섬에는 우체국이 없어 배를 타고 나와 화정우체국을 이용해야 한다.

이미 다리가 놓인 백야도를 비롯해 조발도와 둔병도, 낭도 적금도는 연도교가 놓여 차로 오갈 수 있지만, 월호도, 자봉도, 제도, 하화도, 상화도, 사도, 여자도 등 7개 섬은 여객선을 타고 육지로 나와야 한다.

배를 타고 나와도 일찍 줄을 서지 않으면 공적 마스크를 살 수 없다.

화정우체국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마스크 425매를 판매했으나 10여분 만에 판매가 끝났다.

마스크를 사러 온 주민들은 70∼80대로 빈손으로 돌아간 주민도 50여명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섬에 있는 주민들은 마스크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렵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19 확산을 막기 위해 경로당도 폐쇄돼 고령의 주민들은 대부분 집에만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화도에 사는 김재곤(66) 이장은 "간혹 육지로 나갔다 오는 분들이 개인적으로 마스크를 1∼2개씩 구해 오지만,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는 주민은 거의 없다"며 "외지인들이 가끔 오가기도 해서 불안한 마음에 집에만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화양∼적금 도로가 개통돼 섬에서 육지가 된 낭도는 외지인의 출입이 잦아 걱정이 크다.

일부 마을은 외부인이 출입을 못 하도록 하는 등 불안감도 고조되고 있다.

낭도의 한 주민은 "다리가 개통하니까 외지인들이 차를 몰고 많이 찾아와 코로나 19가 확산할까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며 "건강한 사람도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데 섬에는 대부분 노약자가 많아 사실상 마스크 구하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최근 면사무소에 이장을 통해 공적 마스크를 구입해 공급해달라고 건의했다.

화정면은 민원이 잇따르자 여수시에 보고하는 등 검토에 들어갔다.

화정면은 12개 섬으로 구성돼 있으며 2천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