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나쁜 지표' 애써 포장하는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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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득 감소는 환율 탓 돌리고
통화정책 비판론에도 귀 막아
김익환 경제부 기자 lovepen@hankyung.com
통화정책 비판론에도 귀 막아
김익환 경제부 기자 lovepen@hankyung.com
![[취재수첩] '나쁜 지표' 애써 포장하는 한국은행](https://img.hankyung.com/photo/202003/07.21959121.1.jpg)
하지만 한은의 이 같은 태도는 2017년과 2018년 1인당 국민소득이 불어났을 때와 사뭇 달랐다. 당시 국민소득이 늘어난 것은 2019년과 반대로 원화가치와 물가가 적잖이 뛴 덕분이었다. 하지만 한은은 당시에 환율과 물가 덕에 국민소득이 더 불었다는 표현은 하지 않았다.
한은은 경기 하강이 본격화된 지난해 이후 이례적으로 좋지 않은 경제지표가 나올 때면 별도로 시간을 할애해 ‘일시적 요인’이라거나 ‘일부 변수 때문’이라는 설명에 급급했다. 지난해 4월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를 나타냈을 때가 대표적이다. 한은은 브리핑 후 기자들의 추가 질문이 없는데도 “한마디 더 해야겠다”며 “대규모 배당수지 적자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작 배당수지 적자가 전년보다 줄었다는 얘기는 쏙 뺐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0.4%라는 기대 이하의 숫자가 나왔을 때는 “해외여행이 줄어서 그렇다” “날씨가 선선해서 의류 소비가 줄었다”는 식의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댔다.
확산되는 통화정책 비판론도 귀담아듣지 않는 듯하다. 지난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내렸지만 소비·투자는 위축된 반면 부동자금은 1000조원을 돌파했다. 이인호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경제 진작 효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경제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