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兆 모태펀드 그림의 떡"…코로나로 대구 벤처투자 '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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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중 2~3월이 대목인데
투자설명회 못하고 미팅 취소
"지방은 돈도 잘 안 도는데
서울 운용사들만 독식할 판"
투자설명회 못하고 미팅 취소
"지방은 돈도 잘 안 도는데
서울 운용사들만 독식할 판"
2~3월은 벤처캐피털(VC)들의 대목이다. 정부 출자금인 모태펀드가 자금을 대신 굴려 줄 VC를 모집하는 시기여서다. 운용사 모집 마감이 임박한 모태펀드 규모를 합하면 3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가장 덩치가 큰 한국벤처투자의 ‘1차 정시계정’에 들어가는 돈만 9000억원에 이른다.
VC들의 파티가 한창이지만 대구·경북 지역 업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가 작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대구 소재 VC에서 일하는 투자심사역은 “우리의 실적과 운용계획을 설명하는 투자설명회(IR)를 해야 할 시기지만 본사가 대구라는 이유로 면담조차 거부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투자사들이 면담 거부”
3일 모집을 마감한 한국성장금융의 성장지원펀드에는 대구·경북 지역 운용사들은 한 곳도 지원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에 마감하는 한국벤처투자의 펀드에도 ‘대구·경북만 빼고’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지역기반 투자사에는 돈이 잘 돌지 않았다”며 “이번 모태펀드는 서울 테헤란로에 밀집한 운용사들이 독식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기존 투자 업체 사후관리도 전면 중단된 상태다. 3월은 기업의 주주총회, 회계감사가 집중된 시기이지만 대구·경북 지역 기업들은 행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부분 업체가 코로나19로 직장을 폐쇄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지 VC들의 데드라인은 이달 말이다. 모태펀드 출자사에 투자실적 결산 등 영업보고를 마무리해야 올해 ‘농사’를 시작할 수 있다. 업계에선 이달 말까지 대구·경북 업체들의 상황을 체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보고를 제대로 못하면 문제 업체로 찍힐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모태펀드를 유치하는 게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스타트업들은 올스톱 상태”
대구·경북 스타트업들의 사정은 더 딱하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한두 달 더 지속되면 도산을 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에서 치과용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마이크로엔엑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염병이 퍼진 대구에 있다는 이유로 의료기기 업체로서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핵심 거래처인 중국 업체들은 손사래만 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도 코로나19의 피해를 입은 것은 마찬가지”라며 “수출 업무가 올스톱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의약품 재고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약국에 공급하는 은성도 피해 기업 중 하나다. ‘코로나의 온상’이란 이미지 탓에 대구 이외의 지역 약국 영업이 힘들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회사가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와 무관하다는 확인증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정부 출자기관들도 지역 투자사와 업체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모태펀드는 이날 ‘1차 정시 출자사업’ 신청 시 투자확약서(LOC), 투자의향서(LOI)와 관련 증빙서류 등의 제출기한을 12일에서 23일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운용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감안한 조치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면서도 “며칠 기한을 연장한다 해도 달라지는 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스타트업 생태계가 작동을 멈췄음을 감안하면 10일의 말미로는 어림도 없다는 논리다.
한 VC 관계자는 “대구·경북 지역 스타트업들이 재난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들에게 충분한 준비 시간을 주는 등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수영/최한종 기자 delinews@hankyung.com
VC들의 파티가 한창이지만 대구·경북 지역 업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가 작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대구 소재 VC에서 일하는 투자심사역은 “우리의 실적과 운용계획을 설명하는 투자설명회(IR)를 해야 할 시기지만 본사가 대구라는 이유로 면담조차 거부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투자사들이 면담 거부”
3일 모집을 마감한 한국성장금융의 성장지원펀드에는 대구·경북 지역 운용사들은 한 곳도 지원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에 마감하는 한국벤처투자의 펀드에도 ‘대구·경북만 빼고’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지역기반 투자사에는 돈이 잘 돌지 않았다”며 “이번 모태펀드는 서울 테헤란로에 밀집한 운용사들이 독식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기존 투자 업체 사후관리도 전면 중단된 상태다. 3월은 기업의 주주총회, 회계감사가 집중된 시기이지만 대구·경북 지역 기업들은 행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대부분 업체가 코로나19로 직장을 폐쇄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현지 VC들의 데드라인은 이달 말이다. 모태펀드 출자사에 투자실적 결산 등 영업보고를 마무리해야 올해 ‘농사’를 시작할 수 있다. 업계에선 이달 말까지 대구·경북 업체들의 상황을 체크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보고를 제대로 못하면 문제 업체로 찍힐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 모태펀드를 유치하는 게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스타트업들은 올스톱 상태”
대구·경북 스타트업들의 사정은 더 딱하다. 지금과 같은 상태가 한두 달 더 지속되면 도산을 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구에서 치과용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마이크로엔엑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염병이 퍼진 대구에 있다는 이유로 의료기기 업체로서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핵심 거래처인 중국 업체들은 손사래만 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도 코로나19의 피해를 입은 것은 마찬가지”라며 “수출 업무가 올스톱 된 상태”라고 말했다.
의약품 재고 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약국에 공급하는 은성도 피해 기업 중 하나다. ‘코로나의 온상’이란 이미지 탓에 대구 이외의 지역 약국 영업이 힘들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회사가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와 무관하다는 확인증이라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정부 출자기관들도 지역 투자사와 업체를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모태펀드는 이날 ‘1차 정시 출자사업’ 신청 시 투자확약서(LOC), 투자의향서(LOI)와 관련 증빙서류 등의 제출기한을 12일에서 23일로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운용사들이 겪는 어려움을 감안한 조치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면서도 “며칠 기한을 연장한다 해도 달라지는 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 스타트업 생태계가 작동을 멈췄음을 감안하면 10일의 말미로는 어림도 없다는 논리다.
한 VC 관계자는 “대구·경북 지역 스타트업들이 재난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들에게 충분한 준비 시간을 주는 등 실효성 있는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수영/최한종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