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감원 "KT&G, 고의 분식" 결론…중징계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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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印尼 담배社 인수 관련
KT&G가 고의적 분식 혐의로 중징계를 받을 위기에 놓였다. 금융감독원이 KT&G가 2011년 이명박 정부 시절 인수한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와 관련해 고의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KT&G에 조치사전통지서를 보내 검찰 통보, 임원 해임 등을 포함한 중징계를 예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이 2017년 말 정치권 등의 의혹 제기에 따라 KT&G 감리에 들어간 지 2년4개월여 만에 이뤄진 조치다.
금감원은 KT&G가 트리삭티 인수 초기 연결 재무제표를 잘못 적용하는 등 중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검찰 통보 등 중징계가 확정되면 위반 금액에 따라 상장폐지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KT&G '손자회사 회계처리' 금감원과 공방 예고
금융감독원이 KT&G의 인도네시아 담배업체 트리삭티 관련 회계 처리에 ‘고의적 분식’이 있다고 판단했다. KT&G는 검찰 수사와 주식 거래정지 위기에 놓이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해외 종속회사 분식 ‘논란’
KT&G에 대한 회계 논란의 초점은 인도네시아 법인 트리삭티다. KT&G는 2011년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경영권을 보유한 싱가포르 소재 특수목적회사(SPC) 렌졸룩 지분 100%를 인수했다. KT&G는 수년간에 걸쳐 렌졸룩과 트리삭티 잔여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총 2300억원을 썼다. 여기엔 국민연금 투자금 380억원도 포함돼 있다.
트리삭티가 2012년 91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KT&G가 거액의 투자금을 투입하자 정치권에서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10월 “KT&G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 직후 트리삭티를 무리하게 인수했다”며 이중 장부와 부실 실사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2017년 11월께 KT&G에 대한 회계감리에 나섰다. 이후 2년4개월여 만에 ‘고의적 분식’에 따른 검찰 통보와 임원 해임 건의 등 중징계 조치를 KT&G에 사전 통지했다.
◆‘제2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우려
일각에선 KT&G가 ‘제2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8년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국제회계기준(IFRS) 연결기준서상 판단 문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KT&G가 트리삭티에 ‘실질 지배력’이 없는데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회계처리기준 위반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당시 렌졸룩을 통해 트리삭티 지분 50% 이상을 갖고 있었지만 구주주와의 숨겨진 계약에 따라 실질적인 지배력이 없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감원의 판단이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회계법인 회계사는 “IFRS 도입 초기인 2011~2012년 재무제표의 ‘연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주로 지분율이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이후 실질 지배력 개념이 부각되며 과거 종속회사 회계처리를 놓고 비슷한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KT&G가 중동 거래업체인 알로코자이와의 계약과 관련해 충당부채를 덜 쌓았다는 점도 회계처리 위반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T&G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금액은 2000억원에 가까울 것이란 추정이 업계에서 나온다.
◆위반 금액 따라 상폐 대상 가능성
KT&G 감리 조치안은 이르면 이달 금융위원회 산하 회계전문기구인 감리위원회에 상정돼 심의절차에 들어간다. 제재 수위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KT&G 관계자는 “지난 2년여간 금감원 조사에 성실히 응해왔다”며 “향후 감리위 및 증선위 절차에서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점을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과 KT&G는 트리삭티의 연결재무제표 회계처리를 놓고 감리위원회 등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의 회계감리가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백복인 KT&G 사장은 2018년 주주총회에서 2대주주(지분율 7.53%)인 기업은행의 연임 반대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외국계 주주들의 지지로 내년까지 임기를 연장했다.
만일 증선위에서 금감원의 사전 조치안대로 고의적 분식에 따른 중징계를 확정하면 KT&G는 위반 금액에 따라 상장폐지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중요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검찰에 통보·고발된 기업은 거래 정지 및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다만 위반금액이 자기자본의 2.5%(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기업) 미만일 경우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계처리 위반과 관련해 판단의 영역에서 다툴 여지가 있는 데다 상장 규정상 위반금액 등을 고려하면 KT&G가 상장폐지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금감원은 KT&G가 트리삭티 인수 초기 연결 재무제표를 잘못 적용하는 등 중대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검찰 통보 등 중징계가 확정되면 위반 금액에 따라 상장폐지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KT&G '손자회사 회계처리' 금감원과 공방 예고
금융감독원이 KT&G의 인도네시아 담배업체 트리삭티 관련 회계 처리에 ‘고의적 분식’이 있다고 판단했다. KT&G는 검찰 수사와 주식 거래정지 위기에 놓이는 등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해외 종속회사 분식 ‘논란’
KT&G에 대한 회계 논란의 초점은 인도네시아 법인 트리삭티다. KT&G는 2011년 인도네시아 트리삭티 경영권을 보유한 싱가포르 소재 특수목적회사(SPC) 렌졸룩 지분 100%를 인수했다. KT&G는 수년간에 걸쳐 렌졸룩과 트리삭티 잔여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총 2300억원을 썼다. 여기엔 국민연금 투자금 380억원도 포함돼 있다.
트리삭티가 2012년 91억원의 순손실을 내는 등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KT&G가 거액의 투자금을 투입하자 정치권에서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10월 “KT&G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 직후 트리삭티를 무리하게 인수했다”며 이중 장부와 부실 실사 등의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2017년 11월께 KT&G에 대한 회계감리에 나섰다. 이후 2년4개월여 만에 ‘고의적 분식’에 따른 검찰 통보와 임원 해임 건의 등 중징계 조치를 KT&G에 사전 통지했다.
◆‘제2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우려
일각에선 KT&G가 ‘제2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8년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국제회계기준(IFRS) 연결기준서상 판단 문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KT&G가 트리삭티에 ‘실질 지배력’이 없는데도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 것은 회계처리기준 위반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당시 렌졸룩을 통해 트리삭티 지분 50% 이상을 갖고 있었지만 구주주와의 숨겨진 계약에 따라 실질적인 지배력이 없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금감원의 판단이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 회계법인 회계사는 “IFRS 도입 초기인 2011~2012년 재무제표의 ‘연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주로 지분율이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이후 실질 지배력 개념이 부각되며 과거 종속회사 회계처리를 놓고 비슷한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KT&G가 중동 거래업체인 알로코자이와의 계약과 관련해 충당부채를 덜 쌓았다는 점도 회계처리 위반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T&G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금액은 2000억원에 가까울 것이란 추정이 업계에서 나온다.
◆위반 금액 따라 상폐 대상 가능성
KT&G 감리 조치안은 이르면 이달 금융위원회 산하 회계전문기구인 감리위원회에 상정돼 심의절차에 들어간다. 제재 수위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KT&G 관계자는 “지난 2년여간 금감원 조사에 성실히 응해왔다”며 “향후 감리위 및 증선위 절차에서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점을 적극 소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과 KT&G는 트리삭티의 연결재무제표 회계처리를 놓고 감리위원회 등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의 회계감리가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백복인 KT&G 사장은 2018년 주주총회에서 2대주주(지분율 7.53%)인 기업은행의 연임 반대에 직면한 바 있다. 당시 외국계 주주들의 지지로 내년까지 임기를 연장했다.
만일 증선위에서 금감원의 사전 조치안대로 고의적 분식에 따른 중징계를 확정하면 KT&G는 위반 금액에 따라 상장폐지 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중요한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해 검찰에 통보·고발된 기업은 거래 정지 및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다만 위반금액이 자기자본의 2.5%(자산총액 2조원 이상인 기업) 미만일 경우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계처리 위반과 관련해 판단의 영역에서 다툴 여지가 있는 데다 상장 규정상 위반금액 등을 고려하면 KT&G가 상장폐지까지 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