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석差 비례 의석수 듣고 장탄식한 이해찬 대표…마지막 결단만 남았다
“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말 21대 국회의원 총선거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계산한 정당별 비례대표 의석수를 보고받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매주 금요일 발표되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가 인용됐다. 참모들이 계산한 비례대표 의석수는 지금대로라면 민주당은 7석을 얻은 데 비해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정당)은 27석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정의당은 8석 안팎으로 예상됐다. 이 대표는 작년 12월까지만해도 민주당의 위성정당을 만들자는 참모들의 제안에 “고려할 만한 가치가 없다”, “시끄럽다”고 했지만 현재는 고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고 참모들은 전했다.

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참여 결정이 임박한 가운데 이 대표의 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가 늦어도 이번 주말까진 결단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당내 의견과 여론 수렴은 어느 정도 끝났고, 이 대표가 마지막 결단만 내리면 된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르면 4일께 비공개 최고위원회 등에서 논의를 시작해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의 추인 절차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 공천룰을 오는 16일까지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연합정당 출범을 위해선 정당 간 사전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며칠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 등 비례정당 참여에 반대하고 있는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시간도 확보해야 한다. 정치개혁연합 창준위 하승수 집행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실적으로 이번 주를 넘기면 일정이 너무 촉박해진다”라며 민주당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했다.

민주당 내에선 현행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선거를 치렀다간 제1당을 놓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특히 최재성 의원과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등 친문(친 문재인) 인사를 중심으로 비례정당 창당 요구가 거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이 제1당을 통합당에 내줄 경우 대통령 탄핵 추진과 함께 주요 국정과제 법안 통과는 물건너 간다고 봐야한다”며 “현 정권과 명운을 같이하는 친문 그룹이 비례정당 창당에 더 목을 메는 이유”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호남에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의석수를 비례대표에서 더 많이 놓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진보·개혁진영 시민단체들이 추진하는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위성정당 창당으로 인한 비판 여론을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어서다.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시나리오도 논의되고 있다. 관건은 민생당과 녹색당 등 군소정당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묘수를 끌어낼 수 있는지 여부다. 민주당이 비례대표 번호를 후순위로 받거나 참여 비례대표 수를 제한하는 식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비례대표를 내지 않고 현재 확보 가능하다고 예상되는 비례대표 의석 일곱 석에 두세 석만 더 가져가는 것도 양보 방안이 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군소 정당에 비례대표 순번을 앞에 배치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역구는 민주당에, 비례대표는 진보진영 소수정당에 투표하도록 하자는 백낙청 교수의 '‘전략적 분할투표’ 제안 수준에 그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재성 의원은 앞서 비례대표 후보를 아예 내지 않고 정의당 등 민주·진보진영에 비례대표를 몰아준 뒤 이후 정당 간 협치를 모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