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의 시간' '주디' '뮬란' 등
2~4월 화제작 개봉 연기
배급사, 1~2개월 늦출 경우
5~6월 예정작도 연쇄 파장
코로나19 사태로 극장 관객 수가 급감하면서 주요 영화들이 개봉일을 줄줄이 미루고 있다. 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3일 전체 하루 관객 수는 5만9895명이었다. 통합전산망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로, 평년 하루 평균치의 10분의 1 수준이다. 최근 극장들의 평균 좌석판매율도 사상 최저인 3%대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배급사들은 2~4월 선보일 예정이던 영화들의 개봉일을 연기하면서도 다른 개봉일을 확정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쯤 가라앉을지 가늠할 수 없어 섣불리 개봉일을 다시 잡을 수도, 그렇다고 개봉을 마냥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영화계에 따르면 2∼4월 개봉을 추진했으나 아직 개봉 날짜를 확정하지 못한 영화만 개봉을 연기한 작품을 포함해 50편이 넘는다. ‘사냥의 시간’ ‘후쿠오카’ ‘이장’ ‘밥정’ ‘결백’ ‘기생충 흑백판’ ‘콜’ ‘나의 촛불’ ‘침입자’ ‘주디’ ‘부니베어: 원시시대 대모험’ ‘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뮬란’ 등이 대표적이다. 배급사가 개봉일을 1~2개월 늦출 경우 그 무렵 개봉할 예정이던 다른 작품도 연기해야 하는 연쇄 파장을 겪는다. 일부 배급사는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로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비용을 추가 지출해야 하는 만큼 배급사가 제작 및 투자사 동의를 얻어야 한다. 영화사들은 개봉일 2~3개월 전부터 15억~20억원의 홍보마케팅비를 쓰기 때문에 이미 집행한 예산에 대한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신작들의 촬영 일정 역시 차질을 빚고 있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촬영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 촬영 전체를 접어야 하므로 새로 들어가는 영화들도 크랭크인을 미루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내년 상반기에 ‘한국 영화 신작 공백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 저예산 한국 영화와 외화들은 예정대로 개봉하고 있다. 개봉일을 따로 잡기 힘든 데다 볼 만한 상업영화 신작이 거의 없는 극장가에서 상대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가사도우미로 새로운 살길을 모색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5일 개봉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가정부 문광 역을 열연한 이정은이 출연해 1960년대 재일동포의 삶을 담은 ‘용길이네 곱창집’, 오지호가 광기로 빠져드는 남자 역을 해낸 ‘악몽’은 오는 12일 각각 개봉한다. 수녀원에서 벌어지는 공포를 그린 외화 ‘세인트 아가타’는 19일, 2차 세계대전 당시 동유럽 소년의 수난기를 그린 ‘페인티드 버드’는 26일 관객과 만난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저예산 한국 영화나 작은 외화들은 홍보 예산이 별로 없다”며 “일부 홍보 예산을 이미 집행했다면 미룰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한 영화홍보사 관계자는 “저예산 영화는 원래 극장보다는 주문형 비디오(VOD) 매출을 목표로 한 것이 많다”며 “10개 미만 스크린에서 개봉한 뒤 바로 인터넷TV(IPTV)로 가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