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비율 40%는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5년 9월 야당 대표 시절 한 말이다. 하지만 2017년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40%란 틀에 얽매일 필요 없다’는 기조로 확 바뀌었고, 매년 수십조원의 적자국채를 찍어 복지 지출을 늘렸다. 그 결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본예산 기준 2018년 35.9%→2019년 37.2%→올해 39.8%로 급격히 나빠졌다. 여기에 7년 만에 최대 규모(11조7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까지 더해지게 됐다. 정부가 4일 내놓은 추경 규모를 반영하면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41.2%다.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이 깨지는 시점이 당초 예상(2021년)보다 1년 빨라진 것이다.

국가채무 '마지노선 40%' 깨져…'재정악화' 시계 더 빨라졌다
국가채무비율이 급격히 올라가면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고 해외 자본유출 등이 심화된다. 이를 막으려면 대대적인 증세를 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국민에겐 큰 부담이다. 경제전문가들이 “평소에 재정건전성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다.

문제는 바뀐 국가채무비율도 과소 추계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한국의 명목GDP 증가율을 3.4%로 보고 국가채무비율을 계산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본격화된 저성장·저물가 기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친 점을 감안하면 너무 낙관적인 예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명목GDP 증가율은 작년(1.1%)과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채무비율을 계산할 때 분모가 되는 명목GDP가 낮아지면 채무비율은 뛸 수밖에 없다.

내년 이후는 더 암울하다. 정부는 작년 8월 발표한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3년 국가채무비율이 46.4%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추계도 ‘2021~2023년 연평균 명목GDP 증가율 4.1%’란 낙관적인 전망을 전제로 한 것이다. 김 교수는 “올해 추경 편성 효과와 정부의 과소 추계 등을 감안하면 2023년 국가채무비율이 50%를 웃돌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국회 추경 심의 과정에서 코로나19 대응과 상관없는 퍼주기 복지 사업은 배제해 재정건전성 악화 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