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개발도상국들을 대상으로 120억달러(약 14조2500억원) 규모의 긴급 구제금융을 투입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사태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3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같은 계획을 밝혔다. 세계은행이 이날 발표한 지원금 가운데 80억달러는 신규 기금 조성을 통해 조달된다. 나머지 40억달러는 국제부흥개발은행(IBRD)과 국제개발협회(IDA) 등 세계은행 산하기관을 통해 개도국들에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맬패스 총재는 어느 나라까지가 지원 대상이 될지는 밝히지 않았다.

세계은행의 이번 조치는 예고됐던 것이다. 맬패스 총재는 전날인 2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공동성명을 통해 "두 기관은 코로나19로 인한 인도적, 경제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회원국들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긴급 대출, 정책 자문, 기술 지원 등 모든 수단을 최대한 사용할 것”이라며 “특히 국가들의 광범위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신속한 대출 창구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맬패스 총재는 이날 "앞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추이를 살펴보고 추가 자금을 투입할 계획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이번 조치로 개도국들이 긴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선진국들이) 자국 의료품과 구호물품 등의 반출을 막을 목적으로 무역 장벽을 높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경고의 메시지도 전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이날 예정에 없던 특별회의를 열고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Fed의 이 같은 긴급 조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호주중앙은행도 전날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연 0.5%로 0.25%포인트 낮췄다. 이는 호주 기준금리 역사상 최저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