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4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 직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여부를 보며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엔 금리 인하 가능성에 조금 더 방점을 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오는 4월 9일 열리는 금통위를 이달로 앞당겨 전격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 이달 중 임시금통위 열 듯…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
현대경제연구원도 이날 ‘전염병과 경제학’ 보고서에서 “금리 인하 시점에 따라 추가경정예산 효과가 커지거나 반감될 수 있다”며 “한은이 이달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한은은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된 2008년 10월에도 임시 금통위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했다. 한은 관계자는 임시 금통위 개최 여부에 대해 “과거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시점에서 그 가능성을 예단해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한은이 올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 대유행 공포가 커진 만큼 세계 중앙은행들의 적극적 통화정책 대응이 예상되고 한은도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시장금리가 치솟을 경우 국고채 단순 매입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국채 매입 등 양적완화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지난달 27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했어야 한다는 ‘실기론’도 부각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 2월 금통위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비·생산활동 위축이 보건·안전 위험에 기인한 것이라고 봤다”며 “금리 인하보다는 선별적인 미시적 정책수단을 활용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취약 부문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서울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81%포인트 급락해 역대 최저인 연 1.029%에 마감했다. 이날 국고채 1년물(연 1.038%)과 5년물(연 1.116%)도 역대 최저 금리를 경신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월 금통위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달 20일 기준금리 밑으로 내려갔다.

김익환/전범진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