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성형수술을 받다가 사망한 홍콩의 재벌 3세 가족이 한국 의료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홍콩 패션 브랜드 보시니의 창업자인 로팅퐁의 손녀 보니 에비타 로의 남편인 대니 치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A성형외과와 이 병원 소속 의사 두 명, 간호사 한 명을 상대로 홍콩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로씨는 35번째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한국인 브로커를 통해 소개받은 A성형외과에서 지난 1월21일 지방 흡입과 가슴 확대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수술을 받던 중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몸을 뒤척였고 이에 의사들은 진정제를 추가로 투입했다. 이후에도 로씨의 산소 포화도(혈액 속에서 헤모글로빈과 결합한 산소량의 최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자 의료진은 그를 급하게 대형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사망했다.

그의 남편은 소장에서 "수술 전 마취제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하지 않았고 수술에 마취 전문의도 들어가지 않았다"며 "환자의 서명이 필요한 수술 위험 고지서에 아내가 아닌 병원 측이 서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에게 살인죄와 문서 위조죄가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월28일 사건을 접수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홍콩 법원이 이번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라우카와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는 "성형수술에 홍콩 의료진이나 홍콩 의료기관이 참여하지 않은 만큼 홍콩 법원이 한국인을 소환해 소송을 진행할 이유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가족은 홍콩에서 제기한 소송은 시작일뿐이라며 한국에서 별도 소송을 낼 계획이라고 SCMP는 전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