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 직원들 써야 하는데…마스크 없어 공장 문 닫을 판"
“제조 공장들은 마스크가 없어 문을 닫아야 할 지경입니다. 사무직 직원은 아침부터 줄을 서서 마스크를 구해 오는 게 업무가 돼버렸습니다.”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서 10여 년째 표면처리(도금) 기업을 운영하는 A대표의 하소연이다. 이 회사 사무직 임직원은 요즘 농협 하나로마트와 약국으로 출근 도장을 찍는다고 한다. 공장의 생산직 직원들이 사용할 마스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직원은 공장에 출입할 수 없도록 방침을 세우면서 사무직들은 다른 일을 뒤로 제쳐둔 채 마스크 판매처를 수소문하는 게 주업이 됐다.

A대표는 “공적 판매처를 돌며 하루종일 마스크를 ‘수집’하는 게 업무의 중심이 됐다”며 “이마저도 인당 하루 5개씩만 구입할 수 있어 전 직원이 사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털어놨다.

중소기업 현장에서 마스크 부족은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이 전국 조합원을 상대로 이틀간 마스크 부족분을 조사한 결과 전국 64개 기업과 11개 산업단지에서 공장 가동을 이어가려면 마스크 8만9550개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마스크 착용 외에는 뾰족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책이 없다는 게 중소 제조기업 종사자들의 공통된 어려움이다. 사무직이 중심인 기업은 재택근무, 유연근무 등 업무 방식을 바꿔가며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고 있지만 제조설비 가동이 핵심인 중소 제조기업엔 불가능한 일이다.

부천시 오정산업단지 내 금형업체를 운영하는 B사장은 “중국 부품 수입 중단으로 납품사 발주 물량이 줄어든 것도 힘든데 그나마 마스크가 부족해 정상 업무를 할 수 없다”며 “공장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생산하다 보니 직원의 불안감이 커 마스크를 사나흘씩 재사용하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녹록지 않지만 제조기업을 위한 지원책은 보이지 않는다. 한 제조기업 협동조합 임원은 “마스크 조달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소관이 아니어서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언제까지 개별 공장 직원들이 마스크를 찾아 돌아다녀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