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우체국 판매시작 2~3시간 전부터 '장사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4일 농협과 우체국 등을 통해 공적 마스크 배포를 확대하고 나섰지만 아직은 수량이 턱없이 부족해 곳곳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전국 곳곳에선 이날 새벽부터 장사진을 치는 등 마스크 구매행렬이 길게 늘어섰고, 끝내 마스크를 사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린 일부 지역 시민의 경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다만 이전에 비해선 마스크 구매 관련 문의 폭증이나 판매처 앞 긴 행렬 등 과열 양상은 조금씩 누그러지는 양상을 보였다.

4일 현재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마스크 구매 전쟁이 가장 치열한 곳은 확진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대구·경북 지역이다.

이날도 대구 수성우체국에는 마스크 판매시각(오전 11시) 보다 4시간이나 이른 오전 7시께부터 시민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전날도 이곳으로 마스크를 사러 왔다"는 김모(73·여) 씨는 "어제는 5시부터 줄을 섰는데 오늘은 7시쯤 나와보니 2명이 먼저 와 있었다"며 "어제보단 나아졌지만 이렇게 긴 줄을 서면서까지 마스크를 사야 하나…"라며 혀를 찼다.

수성우체국 한 직원은 "대기줄이 조금씩 줄어든 덕분에 마지막에 오신 분들도 다 가져가신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남대구우체국에도 오전 7시 30분께부터 마스크를 사기 위한 시민이 몰렸다.
물량 풀려도 마스크 구입 여전히 힘들다…"어제보단 나아져"
일부는 우체국 문을 열기도 전부터 종이 박스를 깔고 기다리며 꽃샘추위와 싸웠다.

초속 4m의 강한 바람 탓에 체감온도가 크게 떨어진 대구 날씨도 줄을 선 시민들에게는 복병이었다.

박모(65·여) 씨는 "정부가 약국에서 마스크를 많이 팔게 하면 노인들이 이렇게 새벽부터 나와서 추위에 떨 필요가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전 10시 30분께부터 마스크를 판매한 농협하나로마트 수성점 앞도 판매 2시간 전부터 장사진을 쳤다.

"한장당 1천원에 3장씩 판매한대서 새벽 4시 30분부터 나와서 줄 섰어요.

"
오전 9시께 광주광역시 다이소 광주매곡점 앞에 있던 한 시민이 내뱉은 볼멘소리다.

이곳에는 개점 시간이 한시간가량 남았음에도 패딩을 입고 무릎 담요 등을 두른 10여명이 줄을 서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김모(22·여) 씨는 "대구에 사는 남자친구에게 마스크를 보내기 위해 일찍 나와서 상점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물량 풀려도 마스크 구입 여전히 힘들다…"어제보단 나아져"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전남 담양군 대전면 우체국 앞에는 일찌감치 임시번호표를 받은 사람들이 야외에 길게 줄을 섰다.

선착순 85명에게 번호표를 배부했는데, 오전 7시 50분부터 줄을 서서 받은 사람도 있었다.

"어제 헛걸음했다가 오늘은 겨우 순번에 들었다"는 한 주민은 "나보다 더 연로한 어르신들은 장시간 줄을 설 수 없을 것"이라며 "이장을 통해 각 가구의 서명을 받고 판매한다든지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인천지역 곳곳의 마스크 판매처에서도 북새통을 이뤘으나 끝내 마스크를 사지 못한 시민들의 불만이 이어졌다.

인천시 남동구 남동농협 하나로마트 본점 앞. 오전 5시부터 몰리기 시작한 인파가 오전 9시께는 300여명으로 불어났다.
물량 풀려도 마스크 구입 여전히 힘들다…"어제보단 나아져"
이 마트에 할당된 마스크는 전날보다 200장이 줄어든 300장. 1명당 5장씩 모두 60명만 살 수 있는 물량이다.

하나로마트는 60번째 대기자 뒤에서 기다리는 시민들에게 마스크 판매가 불가하다며 돌아가 달라고 요청했지만, 시민들은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60번째 대기자에 들지 못한 이모(68) 씨는 "2시간이나 넘게 기다렸는데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며 "하나로마트가 내일 판매할 마스크에 대한 번호표를 줘야 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정부의 공적 마스크 공급으로 시장에 다소 숨통이 트이곤 있지만 아직은 공급물량이 수요보다 턱없이 모자라 한동안 마스크 대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덕기, 장아름, 윤태현, 임청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