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韓과 다른 美·英 정상의 '코로나 담화'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첫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때를 대비한 비상계획을 공개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담화는 존슨 총리의 모두발언부터 질의응답까지 1시간가량 열렸다. BBC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존슨 총리와 함께 영국 정부 최고의료책임자(CMO)인 크리스 위티 박사와 패트릭 밸란스 정부 국가과학기술 고문이 회견장에 섰다.

의사 출신인 위티 박사와 밸란스 고문은 감염의학 분야에서 영국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의과대학 교수 출신인 위티 박사는 보수당과 노동당 정부에서 의학고문 역할을 맡았다. 밸란스 고문은 제약회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다. 여당 정치인이 임명되는 부처 장관 등 내각 관료가 아니라 순수 전문가라는 뜻이다.

존슨 총리는 이날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했다. 다만 코로나19와 관련한 구체적인 질문엔 두 명의 최고 전문가들이 답할 것이라며 마이크를 넘겼다. 1시간가량 이어진 질의응답의 대부분을 두 명의 전문가가 이끌었다. 상당수 영국 언론은 이날 담화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 29일 미국에서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오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통령 직속 코로나19 대응팀 팀장을 맡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함께 기자회견장에 섰다. 담화 때마다 성과를 자랑하기 바쁜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전문적인 질문엔 에이자 장관 또는 파우치 소장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전문가의 의견 대신 정치인과 관료들의 일방적인 주장만 넘치는 한국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은 공개 대국민 담화조차 열지 않았다.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를 통한 간접적인 메시지 전달이 전부다. 물론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22일 코로나19 관련 긴급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긴 했지만 이마저도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를 전달했을 뿐이다.

불안에 휩싸인 국민을 다독이고 궁금증을 풀어줄 역할은 누가 해야 할까. 국민은 지금도 마스크를 써야 할지조차 궁금하다.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질병관리본부는 지금도 매일 코로나19 현황 관련 브리핑을 연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내로라하는 질본 전문가들과 함께 국민의 궁금증과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