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거대 야당 중심으로 합쳐달라"…자유공화당 "뜻 받들겠다"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이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에 힘을 실어달라는 옥중 메시지를 발표했다. 자신의 탄핵 문제 등으로 통합당과 각을 세우고 있는 ‘태극기 세력’을 향해서도 “거대 야당 중심으로 힘을 합쳐달라”고 요청했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계기로 보수 야권이 ‘반문(반문재인) 연대’ 결집에 성공한다면 향후 총선 구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문 연대’ 주문한 朴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이 친필로 작성한 편지를 공개했다. 박 전 대통령은 편지에서 “서로 간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겠지만, 기존 거대 야당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로 분열하지 말고 국민 앞에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통령이 정치권을 향해 공식 메시지를 보낸 것은 2017년 3월 구속 수감된 이후 처음이다.

박 전 대통령이 언급한 ‘거대 야당’은 중도·보수 진영이 합당해 출범한 통합당을 일컫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다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보수 진영을 향해 제1야당인 통합당을 중심으로 단결해 ‘반문연대’를 형성하라고 주문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많은 분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해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호소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나라가 잘못되는 것 아닌가 하는 염려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 논란 넘어서나

이날 메시지는 태극기 세력으로 대표되는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이 합당한 자유공화당이 탄생하는 등 보수 분열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전날 조원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는 통합당을 향해 선거 연대를 공식 요구했다. 홍문종 의원의 친박연대와 통합당 대구·경북(TK) 의원들의 합류를 추진하는 한국경제당 등도 보수 세력을 기반으로 통합당과 각을 세우고 있다.

다만 유 변호사는 “특정 당을 두고 메시지를 작성한 것은 아니다”며 “아주 오랜 기간 박 전 대통령이 다듬어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자유공화당 출범 소식은 (박 전 대통령이) 알고 계신다”고 전했다.

그동안 보수 야권은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를 둘러싸고 입장차를 보이며 분열해왔다. 통합당 측도 박 전 대통령이 다시 탄핵 시비를 촉발시킬 메시지를 내는 걸 내심 걱정해왔다. 하지만 이날 박 전 대통령이 통합당에 힘을 실어주면서 탄핵 논란을 넘어설 주춧돌이 놓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합당의 통합 과정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해 온 유승민 의원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통령은 통합 추진 과정에 대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다”면서도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통합당 “애국적 말씀 환영”

자유공화당은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공개된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와 국민의 미래에 대한 큰 결단으로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통합당을 향해서도 하나로 힘을 합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달라고 촉구했다. 조원진 공동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말씀은 4·15총선에서 하나가 되라는 데 방점이 있다”며 “하나가 되라는 데 통합당이 자기 스스로 혼자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탄핵과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이) 큰 화해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통합당에 대해서도 “공천 작업을 중단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공개 메시지로 통합당 중심으로 힘을 합칠 것을 당부하면서 총선 국면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범보수 세력이 결집하고 보수 진영 유권자들이 통합당에 표를 몰아준다면 현재 보수 야권이 주장하고 있는 ‘정권 심판론’이 더욱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옥중에서 오랜 고초에 시달리면서도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그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진다”며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말씀”이라고 밝혔다. 김형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도 “박 전 대통령이 애국적인 말씀을 해주신 데 대해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며 “야당이 힘을 합치고 뭉쳐야 거대한 자유민주주의 위협세력에 맞서 나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범여권은 ‘옥중 정치’ 반발

더불어민주당과 민생당 등 범여권 정당은 “옥중 선동정치를 하고 있다”며 “자중하고 탄핵에 대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비판했다. 제윤경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통합당은 박 전 대통령의 정당이고 (박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며 “태극기 부대를 다시 모으고 총선 지침을 내리고 정치적 선동을 하는 것에 납득할 국민은 없다”고 했다.

김정현 민생당 대변인은 “종국적으로 총선 이슈를 ‘탄핵의 강’ 쪽으로 몰고 가 탄핵 찬반 여론에 다시 불을 붙여 반문연대를 통한 정치적 사면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고은이/성상훈/김소현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