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마스크 약국서만 판다는데…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약사들
정부가 공적 마스크 판매처를 약국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이 추진되면서 약업계가 반기는 분위기다. 1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할 수 있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을 통해 마스크를 판매해 사재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약사 한 명이 운영하는 소규모 약국은 업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약국에서 환자의 의약품 처방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DUR 시스템과 건강보험전산체계를 보완하고 있다. 마스크를 판매할 때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해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구매 수량을 입력해 실시간으로 마스크 수급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한 명당 공적 마스크를 2~3장까지만 살 수 있도록 제한할 예정이다. 중복 구매와 사재기를 원천 차단해 마스크가 여러 사람에게 공평하게 배분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그동안 공영홈쇼핑, 농협하나로마트, 우체국 등에서만 공적 마스크를 공급했다. 이 때문에 약사들은 의약외품인 보건용 마스크의 주요 판매처인 약국이 제외된 것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대한약사회가 지난 3일 전국 2만3000여 곳의 약국에 공적 물량으로 확보한 보건용 마스크를 공급했지만 약국당 공급되는 물량이 턱없이 모자라 10분 만에 매진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약사들은 약국을 공적 마스크 전담 공급처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약사들에게 마스크 판매 업무까지 가중되면 일반 환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마스크 구매자가 몰리면서 약 조제나 복약 상담 등의 시간을 빼앗길 수 있어서다. 마스크 수급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구매 수량을 제한해도 약국 앞에 줄서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서울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상황”이라며 “약국에는 처방받은 약을 지으러 오는 환자가 많은데 사람들이 몰려들어 혼선이 빚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구청이나 동 주민센터에서 가족 수당 마스크를 배분하라고 제안하지만 하루 마스크 생산량이 부족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