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감 속 국론 분열 부추기는 '차이나 게이트'
중국인 입국금지부터 차이나게이트까지, 코로나19 확산이 문재인 정부를 향한 '친중' 프레임으로 변질되고 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을 향해 퍼지던 '혐오' 정서가 이제는 방향을 틀어 정부를 겨냥하는 모양새다.

지난 1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정부는 우한시가 포함된 후베이성 입국금지를 시행했다.

그러나 지난달 대구 신천지를 기점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자 최대한의 방역 조치로 중국인 전체에 대한 입국금지 요구가 더욱 거세졌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중국 '눈치보기'가 아니냐는 비판도 잇따른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지난달 27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지 않는 것이 '중국 눈치보기'라는 주장은 유감"이라며 "정부는 방역의 실효적 측면과 국민의 이익을 냉정하게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는 △'특별입국절차'의 실효적 작동 △중국인 입국자의 안정적 관리 △최근 중국인 입국자수 감소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 확진자 수 감소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 대응 가이드라인 등 5가지를 들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국내 중국 출국자 수와 중국서 국내로 유입되는 숫자를 청와대가 잘못 발표해 또 다시 도마위에 오르며 정부의 발표에 대한 신빙성을 스스로 떨어뜨렸다.

강민석 대변인은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외의 지역에서 입국한 중국인은 26일 1천404명, 25일에는 1천824명인 반면, 중국에 입국하는 한국인 숫자는 2월 들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는 중국인보다 중국으로 향하는 우리 국민의 숫자가 두 배 가까이 많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27일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자료를 보면 25일의 3천337명, 26일의 3천697명이라는 수치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출국한 중국인의 숫자다.

자료의 제목이 '20.2 중국인 출입국자 현황'이라고 돼 있는데도 청와대가 이 자료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문제가 되자 강 대변인은 28일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중국인보다 중국으로 향하는 우리 국민의 숫자가 두 배 가까이 더 많은 상황'이라는 내용을 '출국하는 우리 국민 수는 늘어나고 중국에서 입국하는 중국인 수는 줄어들고 있다'로 정정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27일 입국한 중국인은 1천93명, 중국으로 출국한 한국 국민은 1천406명이라고 덧붙였다. 망신살을 자초한 청와대에는 비판이 이어졌다.

중국인 입국 금지 여론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하자 이에 반대하는 청원까지 무서운 속도로 참여자가 늘어났고 결국 '차이나 게이트'로 번져나갔다.

'차이나 게이트'는 '조선족'으로 불리는 중국교포들이 국내 인터넷 여론을 조작한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핵심은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이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에 유리하게 여론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나는 조선족이다. 진실을 말하고 싶다’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현 정권이나 중국을 옹호하는 극단적인 친문(친문재인) 네티즌 상당수가 조선족이다"라며 "조선족과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네이버 기사의 베스트 댓글과 여성 위주의 카페에 올라오는 댓글을 조작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중국 반 공산당 사이트를 트위터에서 여론 조작하는 계정에 댓글로 적었더니 그 계정이 폭파(삭제)됐다는 게시물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각종 포털 사이트 댓글에도 그 계정을 댓글달면 댓글 게시자가 스스로 삭제하는 패턴을 보였다. 실제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김겨쿨 계정은 해당 사건 이후 계정을 없앴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조선족 게이트는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 여론이 이미 중국 공산당의 지령 하에 중국인 이민자들과 조선족들에 의해 점령되어있으며 이를 최근 몇몇 네티즌이 결정적인 증거를 잡아냈다는 내용"이라며 "온 국민이 좌우로 분열돼 싸우고 있던 작금의 현실이 중국이 유도한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라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청원인은 "이것은 게이트급 사건이 될 수 있으며 아직까지 이슈가 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는 반만년 역사동안 중국 옆에 있다는 이유로 수많은 침략과 수탈을 당해왔다"며 "지금은 온라인까지 점령당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어 청원인은 "단순한 '반중 정서'로 보지 말고 꼭 자세하게 조사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문재인 탄핵' vs '문재인 응원합니다' 글로 세대결이 펼쳐지고 있을 때에도 한 중국인들의 청원 참여 독려 메시지 이미지가 확산되며 논란이 됐다.

이 중국인은 "중국 우환 코로나 사태에 문재인 대통령이 일부 반대하는 소리도 불구하고 중국에 마스크, 방호복등 방역용품, 지원금을 중국에 기부했다"면서 "한국에 있는 중국인 직장인, 유학생, 화인화교분들이 대통령 탄핵반대 청원에 투표해 달라"고 독려했다.

중국이 조직적으로 국내 여론을 조작한다는 의혹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중국발 청와대 방문 비율이 2월 0.06%이고 2019년엔 월평균 0.1%"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조선족 글의 필자는 댓글부대 대다수가 한국에 유학 중인 대학생들이라고 썼기 때문에 중국서 접속한 기록이 미미하다는 사실은 중국의 개입을 부정하는 합리적 근거가 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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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미래통합당 미디어특위는 "특정 국가 출신 개인이나 단체에 의한 온라인상의 여론 왜곡‧조작을 사전에 막고 ‘차이나게이트’ 의혹으로 걱정하는 다수 국민의 우려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박성중 통합당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3일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워싱턴포스트지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중국의 인터넷 여론조작 의혹을 지적한 바 있다”며 “특위 위원장인 제가 ‘차이나 게이트 방지법’ 대표 발의자가 되고 특위 위원들이 공동발의하는 형식으로 곧 개정안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 게이트 방지법이란 네이버·다음 등 포털에 게시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 때 접속 장소(또는 최초 접속망) 기준으로 국적을 함께 표시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인터넷 사업자(포털 등)는 이런 자료를 주무 관청에 제출하고, 이를 어길 시 형사처벌(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의 규정도 담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