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주총 27일 개최…한진그룹, 새 이사진 후보 대거 공개

한진그룹의 명운이 달린 지주사 한진칼의 정기 주주총회가 이달 27일로 확정됐다.

경영권 방어에 나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이에 맞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의 '3자 연합' 간의 여론전이 이미 불붙은 가운데 남은 기간 소액주주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양측의 공세는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4일 한진칼과 대한항공 이사회를 잇달아 소집하고 새 이사진 후보를 대거 공개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한진칼)과 정갑영 전 연세대 총장(대한항공) 등 명망 있는 인물이 신규 사외이사 추천 명단에 포함됐다.

한진칼은 이날 이사회 결과를 발표하며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 후보보다 전문성과 독립성이 뛰어난 후보를 추천해 주주의 지지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진그룹 경영권 향방 D-23…주총 표심잡기 여론전 거세진다
특히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거치며 특정 주주와 사업상 연관성이 있거나 이해상충 소지가 발생할 수 있는 후보는 추천과정에서 제외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측이 새로 영입한 이사진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일각에서 자격 논란이 제기된 3자 연합의 이사 후보군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그룹은 앞서 지난달 25일 열린 강성부 KCGI 대표의 간담회에 배석한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에 대해 "항공 운송·물류 경험은 전혀 없는 비전문가"라고 혹평하는 등 3자 연합이 추천한 이사 후보군에 대해 전문성·독립성·다양성에 위배되는 인물이 다수라고 비난한 바 있다.

3자 연합의 이사 후보군 중 유일한 항공업계 경험자인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사장은 항공경영분야 종합컨설팅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이해상충 가능성이 제기됐고 사외이사 후보인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는 반도건설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퍼스트에서 2017년 6월까지 재직한 경력이 확인돼 독립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진칼은 이사회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거버넌스위원회, 보상위원회,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 등 모든 이사회 내 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게 되는 점을 감안해 사외이사 비중을 크게 늘렸다.

이에 따라 한진칼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된 현재 이사회를 사내이사는 신규 1명을 추가한 3명으로, 사외이사는 3명(임기 만료 1명 제외)에 신규 5명을 추가한 8명 등 총 11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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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3자 연합이 주주 제안을 통해 사내외 이사 7명(8명 중 1명 사퇴)을 추천한 것은 염두에 두고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한진칼 정관에 이사 수의 상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점을 감안해 3자 연합이 신규 이사 후보 7명(8명 중 1명 사퇴)을 대거 추천한 만큼 한진칼 역시 이에 맞서 조 회장의 재선임 안건을 통과시키고 신규 이사 6명을 추가로 영입해 안정적인 과반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이날 한진그룹의 이사회 의결에 따라 주총까지 남은 23일 동안 조 회장의 재선임을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한층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KCGI가 한진칼에 3자 연합의 주주제안을 주총 의안으로 상정하라는 내용의 가처분을 지난달 25일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하고 이에 대해 한진그룹이 "회사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려고 사법절차를 악용하는 꼼수"라고 비난하고 나서는 등 이미 양측의 여론전은 불이 붙은 상태다.

이달 정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을 기준으로 일단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총수 일가의 지분(22.45%)과 델타항공(10.00%), 카카오(1%),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3.8%) 등 37.25%를 확보했다.

이에 맞서는 3자 연합의 지분은 31.98%다.

이런 가운데 양측은 이달 주총 이후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지분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의 주식을 추가 매입해 보유 지분율이 17.68%로 상승했다고 3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3자 연합이 확보한 지분은 37.63%로 늘었다.

주주명부 폐쇄 이후 카카오도 1%가량의 한진칼 지분을 추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델타항공도 꾸준히 한진칼 지분 매집에 나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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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항공은 지난달 24일 한진칼 보유 지분이 종전 10.00%에서 11.00%로 상승했다고 공시했다.

여기에 지난주 골드만삭스 창구를 통해 외국인의 한진칼 주식 매수세가 이어져 시장에서는 델타항공이 추가 지분 매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델타항공이 맞으면 조 회장 측은 최소 12.5% 이상의 지분을 더 확보하게 된다.

이에 3자 연합은 "델타항공은 작년 9월 금감원 공시 당시 '지분 취득이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라는 점을 이미 명확히 한 바 있고 우리는 그 공시를 신뢰한다"며 델타항공의 지분 매집에 대해 견제에 나서기도 했다.

한편 3자 연합이 제안한 전자투표제 도입은 무산됐다.

한진칼은 "전자투표제의 본래 취지가 주주 불참으로 인한 의결 정족수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주총과 같이 참석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불필요하고, 시스템 해킹 등 보안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해 이번 주총에서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진칼의 이사 선임은 일반 결의 사항이어서 출석 주주 과반의 찬성을 얻으면 안건이 통과되기 때문에 출석률이 낮을수록 조 회장 측에 유리하다.

이런 가운데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한진칼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소유한 주주를 대상으로 노조가 지정하는 대리인에게 의결권을 위임해 줄 것을 요청했다.

노조는 "온 국민의 지탄을 받던 조현아 전 부사장과 국민의 공분을 발판삼아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의 경영행태를 비판하며 개혁을 주장하던 자들이 말도 되지 않는 밀약과 야합을 하는 것은 한진그룹 노동자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행태"라며 "검은 자본을 이용해 손쉽게 이득을 얻으려는 자본의 이합집산이 회사와 한진그룹을 망치지 않도록 하려는 노조의 강력한 의지를 지원하고 응원해달라"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