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2월 16일 예배 이후 3주 지나…검사 진행 상황 보며 추가 판단"
전문가 "자가 격리 후에도 개인위생 수칙 준수·사회적 거리두기 필요"
'잠복기가 14일 넘는 경우도 있다는데 자가격리 해제해도 괜찮나요?', '자가격리 해제되면 누가, 어떻게 관리하나요?'
대구 지역에서 자가 격리 중이던 신천지교회 교인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없는 이들이 오는 8일부터 격리 상태에서 벗어난다.

방역당국은 임상학적 특성, 잠복기 등을 고려해 격리해제 시점을 정했지만, 일각에서는 일상으로 돌아온 교인들이 다시 모이다 보면 감염 위험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대구 지역의 신천지 교인 중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없는 이들에 대해 8일을 기점으로 자가격리를 해제할 방침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현재 대구시에서 신천지 교인의 자가격리 기간을 6일까지로 연장해놓은 상태인데, 8일이 격리가 3주째 되는 시점"이라며 "격리 3주째 되는 시점에서는 모든 무증상자가 자동 격리 해제된다"고 말했다.

신천지 신도에 대한 검사를 계속하되 8일을 기점으로 발열, 기침, 인후통 등 코로나19를 의심할 만한 증상이 계속 나타나지 않는다면 추가 검사 없이 격리를 해제한다는 것이다.

다만 각자 자가격리 통지서를 받은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에 사람마다 해제 시점은 조금씩 다르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지났기에 감염 위험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31번 환자(61세 여성, 한국인)를 비롯한 신천지 교인들은 지난달 16일 마지막으로 예배를 봤는데, 이때 바이러스 감염원에 집단으로 노출됐다고 가정해도 이미 3주가 지났기 때문이다.

앞서 진단 검사에서 '음성' 결과를 받아 든 교인들도 자가 격리에서 벗어났다.

대구시에 따르면 그간 시가 관리해온 교인·교육생 1천600여명은 진단 검사에서 음성 결과가 나와 이달 2일 자가격리가 해제됐다.

다른 교인들 역시 검사 결과에 따라 순차적으로 자가 격리에서 해제되는 중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신천지 대구교회에서는) 2월 16일에 예배가 있었는데 그때가 마지막 폭로(감염원에 대한 노출을 뜻함) 내지는 중점적인 폭로 시점이라 보고 기간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발병일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무증상자'이기에 격리된 날을 기준으로 (격리 해제까지) 3주를 잡았다"면서 "남은 기간 검사 진행 상황을 보고 조금 더 판단해 볼 여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격리 해제 기준을 충족하면 자동으로 격리 해제하도록 한 것은 다른 경우에도 비슷하게 적용됐다.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귀국한 교민들은 임시 생활 시설에서 2주 즉, 14일간 생활한 뒤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신천지대구교회처럼 이른바 '슈퍼 전파'가 일어난 상황에서는 격리해제 기간을 더 길게 잡는 게 좋지 않냐는 의견도 나온다.

아직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호흡기 질병 최고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가 이끈 연구진은 최신 논문에서 코로나19의 잠복기는 중간값이 3.0일이며 범위는 0∼24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만약 잠복기를 최대 24일이라고 본다면 방역당국이 내세운 '3주' 조건도 미흡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방역당국과 비슷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인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자가격리 통보를 받는 데 시간이 걸렸다 해도 약 2주간 격리된 셈"이라며 "지침을 잘 지키고 그 기간에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감염 위험에 있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 교수는 "자가 격리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것일 뿐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생긴 건 아니다"라며 "사람과 사람 간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인위생 수칙을 지키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총 5천328명이다.

대구에서는 특히 확진자 4천6명 중 64.5%인 2천583명이 신천지교회 관련 사례다.

방역당국은 지난달 18일 31번째 환자가 발생한 뒤, 이 환자가 방문한 신천지대구교회에서 확진자가 대거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에 집중해 왔다.

지난달 20∼21일에는 대구 지역의 신천지 교인 9천300여명의 명단을 확보하고, 이들에게 자가격리를 통보했다.

교인들이 자택에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이동 검체 채취팀을 파견해 바이러스 검사도 진행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부터 검사를 진행했는데 이달 2일 기준 약 5천명의 교인을 검사해 2천300여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한편, 대구 지역 신천지 교인의 검사가 마무리되는 8일 이후 보건당국의 방역 대응 중심이 산발적 집단감염 사례의 전파 경로를 밝히는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구에서는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한 사례 외에 다른 전염 경로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한다.

다른 시·도에서도 산발적으로 발생한 집단감염에 대해 최초 감염원과 감염 경로 분석을 강화할 계획이다.
/연합뉴스